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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0.02 20:16 수정 : 2006.10.02 20:16

이민 16년차 중년 여성 심경 ‘압축의 미학’으로 잘 표현

제14회 미주문학상 받는 한혜영 시인

“제 작품의 자양은 외로움입니다. 고립된 생활이 버티기는 힘들었지만 되레 그 때문에 작품 활동에 몰두할 수 있었던 거죠.”

미국 플로리다에 거주하는 한혜영(52·사진)씨가 미주문인협회(회장 송상옥)가 주는 14회 미주 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수상 작품은 시집 〈뱀 잡는 여자〉 가운데 ‘뱀 잡는 여자’ ‘버려진 계집들’ 등 10편.

그의 시는 “착상과 표현이 현대적이며 압축의 미학, 비유에 능하다”(고원), “치열한 시 정신과 세련된 표현력은 꾸준히 노력한다는 표징”(마종기)이라는 심사위원들의 평을 받았다.

“(전략) 탱탱하게 솟구쳤다가 떨어지는 뱀/그보다 조금 더 높게 솟구쳤던 삽날/섬뜩하게 내리꽂히는 순간 똬리/탁! 풀어지면서 노을이 울컥울컥 쏟아졌다/세상에… 세상에… 저 진홍빛…//여자 나이 몇 살이면 뱀을/때려잡을 수가 있단 말인가?(하략)”(‘뱀 잡는 여자’)

“두들겨 맞기나 맞는 팔자가 있었지요/가슴 먹먹할 때까지 두들겨 맞고도/가슴 활짝 열어젖히고/때려줘요 더욱 거칠고 길게/때려주세요 몸속에 숨어 있는 나쁜 기운/소리란 소리들은 전부 기어 나올 때까지/팔자도 더럽게 사나운 이놈의 가슴팍을/팡팡 치고 꽝꽝 때려주세요 제발이지(하략)”(‘버려진 계집들’)

‘뱀 잡는 여자’는 긴박감 속에서 뱀을 잡아놓고 문득 찾아온 세월의 흐름 앞에 망연해하는 갱년기 여성을, ‘버려진 계집들’은 벼룩시장에 흘러나온 징과 꽹과리에 비유해 외국에서 벙어리처럼 사는 이방인을 그렸다. 한씨는 이메일을 통해 “1990년 서른여섯에 미국에 이민 와 16년째를 맞은 자신의 모습을 그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 초기에는 막막했어요. 한인도 많지 않고, 한국서점도 없고. 〈현대시학〉을 정기구독하면서 혼자서 시를 읽고 배웠어요.” 94년 〈현대시학〉에 추천됐고 96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다. 〈태평양을 다리는 세탁소〉(2002), 〈뱀 잡는 여자〉(2006) 등 시집 2권 외에 〈뉴욕으로 가는 기차〉(2001), 〈비밀의 계단〉(2002) 등 장편동화 5권, 장편소설 〈된장국 끓이는 여자〉(1999)를 썼다. 대부분 미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이민자 이야기를 다룬 게 특징.

“잠을 자다가도 생각이 떠오르면 새벽 2시고 3시고 가리지 않았어요. 꿈속에서도 자판을 두들기고 문장을 수정하고 그랬어요.”

시상식은 10월 16일, 엘에이 한국문화원. 소설가 김혜령씨와 함께 받는다.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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