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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국대전·만세성법 |
지난해 헌법재판소에서 낸 ‘신행정수도 건설법은 위헌’이란 결정문에 〈경국대전〉이라는 책이름이 나왔다. 이 책은 알고 보면 법률책이라기보다 광복 후 나온 ‘가정의례준칙’ 같은 책이다. 수양왕 세조가 힘써 책으로 엮다가 성종 때 마무리하여 간행했다. ‘찬탈왕’이 애써 만든 책이어서 조선 선비들이 업신여기는 책으로 되었다.
그 책에 ‘제사받들기’(奉祀)가 있다. “문무관 6품 이상은 제사를 ‘증조비’까지 3대를, 7품 이하는 ‘조비’까지 2대를, 벼슬 없는 사람은 ‘부모’ 제사만 지내라”고 했다. 효심으로 제사를 지내는 것인데, 벼슬 없는 사람은 부모 제사만 지내라고 한 것이다. 반발 끝에 임진왜란 뒤 선비집에서 ‘고조비’까지 제사를 지내게 되었다. 이 ‘4대 봉제사’를 백성이 따랐다. 〈경국대전〉 어디에도 “수도를 어느 곳에 둔다”는 말이 없다. 수도는 ‘왕권’으로 옮겼다.
결정문엔 또 ‘만세성법’(萬世成法) ‘조종성헌’(祖宗成憲)이란 ‘바보 소리’가 나온다. ‘만세성’이라는 ‘법’이 ‘만세성+법’이다. 여기서 ‘萬世成’이라는 것이 우습게 된다. ‘成’이라는 말이 자동사인데, 이 글자에 배달겨레 ‘바보’가 쉽게 드러난다. ‘만세통법’(-通-)이라고 하면 말은 된다. ‘만세’가 흐름이기에 ‘통’으로 해야 짜임이 맞는다.
아비가 임금이었으면 종(宗), 그렇지 않으면 조(祖)를 쓴다. 임금 ‘묘호규칙이 조종’이다. ‘조종’이 낱말이 되지 않으니, ‘祖宗成’은 구제불능이다. ‘조종성+憲’은 가소롭다. ‘憲’이란 뜻이 ‘법’이기는 하나 조선 500년에 쓴 바가 없다. 실국시대에 ‘헌법’이라는 일본말이 들어왔다.
속이려드는 사람은 유식한 체 남의 글자를 가져다 쓰려고 기를 쓴다. 이는 바로 망신살로 된다.
려증동/경상대 명예교수·배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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