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미술가들 “대통령상에 침을 뱉어라” 파격전시회
“귀하의 뛰어난 예술작품에 대해 대통령상을 수여합니다. 상금 3천만원도 함께 수여합니다.” “에라이~ 똥침이나 먹어라~”
상도 보통상인가? 대통령상을 주겠다는데 “엿이나 먹어라”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초등학교 때 교장선생님이 단상에서 주는 글짓기상에도 “수상 턱을 쏴라”거늘, 하물며 대통령상인데….
그런데, 그 대통령상이 ‘괴상’하단다. 상 가운데 ‘최상’이라며 상단에 모셔두고, 대대로 상속을 할 만도 하건만…. 왜, 대통령상에 상소리를 퍼붓는 것일까? 아예, “밥상보다 못하다”며 밥상의 상하를 뒤엎는다. 한 무리의 미술가들이 대통령상에 상상을 뛰어넘는 상처를 새기는 ‘똥침’을 날렸다.
왜? ‘똥침’도 예술이라서?
상을 주겠다는데, 그것도 대통령상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상금도 수천만원씩 해서 ‘가난한 예술가’에게 ‘천군만마’가 될 지원에 왜 아티스트들은 쌍심지를 켜고 나섰나? 예술을 모르는 기자가 늘상 ‘Art’하는 미술가들의 ‘똥침’을 예술로 받아들이기에는 상당한 시간과 상상력이 동원됐다. 문제는 대통령상이라는 상장이 주는 상당한 상징적 ‘권위’다.
미술협회 “상의 권위 살리자면 대통령상 필요”
‘대한민국 미술대전’(이하 미술대전)이란 게 있다. 한국 최대 신인 미술작가 등용문이다. 1949년 시작된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 운영을 89년 정부가 한국미술협회로 옮기면서 이름이 바뀌었다.
그런데, 지난 1월 한국미술협회(이사장 하철경·이하 미협)가 높으신 어른들의 상을 주기로 결정했다. 대통령상, 국무총리상, 문화관광부장관상 등등. 온갖 말썽 탓에 89년 없앴으니, 16년 만이다. 상금은 ‘계급’순이다. 대통령상 3천만원, 국무총리상 2천만원, 문광부장관상 1천만원. 종전의 대상 1천만원, 우수상 300만원에서 껑충 뛴 것이다. ‘권위’? 최근 10여년간 되풀이된 뒷거래, 나눠먹기, 파벌주의로 땅에 떨어진 그 ‘권위’를 살리겠다는 것이다.
미협은 “숱한 공모전이 미술대전과 같은 대상, 우수상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권위’를 살리기 위해서는 차별화가 필요하다. 신진작가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는 전통과 ‘권위’를 함축하는 대통령상이라는 명칭이 적절하다고 고육지책의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 ‘권위’를 살리기 위해서 ‘권위’를 상징하는 대통령상이 필요했다는 말이다. 미협은 대통령상 부활에 반대하는 이들에게 이렇게 묻는다.
“지엽적인 상 이름을 문제 삼는 것은 달은 안보고 손가락 끝만 보는 것이다. ‘대통령상’이라는 명칭이 ‘과거 권위주의 시대로의 회귀’라면 현재 음악계와 국악계 등에서 실시되고 있는 동일한 명칭의 시상 제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말할 것인가? 공모전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작가에게 어떠한 명칭의 상을 부여하든 그것이 도대체 무슨 심각한 문제인가?”
32명 작가 “예술의 권위가 대통령상에 있다는 유치한 발상에 똥침을”
하지만, 대통령상의 ‘권위’가 밥상보다도 상스럽다는 32명의 작가들. 그들은 전시회를 열고 ‘권위’에 침을 뱉고 있다. 서울 평창동 갤러리 세줄에서 열리는 ‘그 때 그 상, 내가 죽도록 받고 싶은 대통령상’전이다. 전시회 기획위원회 말 그대로, “대통령상이라는 황당무지한 괴물적 상상력에 대한 저항, 예술의 권위가 대통령상에 있어야 한다는 발상의 유치함, 예술이 관에서 주관하는 상에 의해 가치상승할 것이란 천박함, 예술가들이 상에 자극받아 ‘위대한’ 작업 일선에 뛰어들 것이라는 유아적 발상에 ‘똥침’을 놓는 전시다.”
대통령상의 ‘권위’는 고매하건만, 그림·설치·사진·조각·서예·패러디 영상물 등 갖가지 참여작품은 조롱과 희롱, 비아냥으로 철철 넘쳐 흐른다. 상스럽기까지 하다.
이들은 미술대전을 부활시키기 위해서 ‘별수고’를 다한 공로로, 미술협회에 ‘대통령상’을 수여했다. 한강변에서 난장판 술을 마시다 상을 확 뒤엎는다. 온 몸에 봉황과 무궁화 문신을 새긴 누드를 드러낸다. 이들은 찌개가 끓는 밥상을 차려놓고, 밥을 퍼먹는다.
‘권위’는 쓰레기통에 처박혔다. 이들은 대통령상의 권위에 ‘우웩’하고 구역질을 토한다. 미친 무궁화는 별이 돼 무럭무럭 자란다. 시상식 커팅가위의 자리는 엿장수 가위가 차지했다. 심수봉의 ‘그때 그 사람’을 패러디해, “예술보다 더 높은 건 대통령이라며…이제는 잊어야 할 그 대통령상…‘존나게’ 받고 싶은 그 대통령상~”이라고 노래 부른다. 여고생이 가랑이를 쫘악 까벌린 그림은 존엄한 ‘권위’에 찌익 오줌을 갈긴다. 대통령상에 빌붙는 ‘권위’가 주는 힘, 그 힘에 작가들은 또 다른 힘으로 맞선다. “예술의 이름에 권력의 이름을 붙여야 하는가?”라는 도전적인 물음이다.
압권은 지난 15일 개막식이었다. 32명의 참여작가는 전시장 바닥 구석구석을 닦은 걸레를 포장한 뒤, 미협에 택배로 보냈다.
“독재타도의 자양분이 되는 게 예술의 힘이지
대통령 ‘권위’에 빌붙어 양육되는 게 예술 아니다”
미협 이영길 사무국장은 “‘권위’를 운운하지만, 참여정부가 독재시대냐?”고 되물었다. 하지만, 이 사무국장의 말처럼 “대통령이라는 권위를 부인하려도 부인하기 어렵다.”
이번 전시회 기획에 참여한 조은정 기획위원(미술평론가)은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상을 주는 게 예술을 돕는 것도 문화정책도 아니다. 독재를 타도하는 자양분이 되는 게 예술의 힘이지, 대통령상이라는 ‘권위’에 빌붙어 양육되는 게 예술은 아니다. 예술은 자유로워야 한다.”
대통령상이라는 ‘권위’에 대한 똥침은 4월20일까지 깊숙이 쑤신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위쪽으로 50m 오라가면 있는 갤러리 세줄(사이버전시회 www.givemetheprize.net (02)391-9171)이란 곳이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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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우(전시회 참여작가),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거야?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게야? 토~옹 납득이 되질 않는구만! 려~엉 속셈을 알 수가 없네! 상당히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로세!
제~에발 정신을 차렸으면 좋겠네! 정말이지 그것이 진정 예술을 위하는 게 맞아? 을메나 기가 막힌 지, 나 원 참!
반드시 그것만은 막아야 하지! 대~에충 넘어가선 절대 안될 일이지! 한마디로 그러해서는 정말 안되지! 다~아 나서서 막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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