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3.29 16:30
수정 : 2005.03.2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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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형 뮤지컬 제작사들이 한국 연극계의 메카로 불리는 대학로에 잇따라 소극장 뮤지컬 전용극장을 마련하고 본격적인 중·소극장 뮤지컬 시대를 열고 있다. 다음달부터 공연될 신시뮤지컬컴퍼니의 <틱틱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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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C프로덕션·신사뮤지컬컴퍼니 대학로에 전용극장
대형 뮤지컬 거품빼고 아이디어·연출력에 초점
창작 ‘달고나’ 등 30여편 줄줄이
최근 국내 공연계에 중·소극장 규모의 ‘작은 뮤지컬’ 바람이 드세게 불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설앤컴퍼니와 오디뮤지컬컴퍼니 등 대형 뮤지컬 기획사들이 중·소규모 뮤지컬 공연을 선보이고 있는 가운데 최근 <난타>의 제작사 피엠씨(PMC) 프러덕션과 신시뮤지컬컴퍼니 등 대형 뮤지컬 제작사들이 대학로에 전용극장을 열고 본격적인 ‘작은 뮤지컬’ 경쟁에 뛰어들었다.
피엠씨는 지난 25일 대학로 자유빌딩 지하 2층을 5년 장기임대해 뮤지컬 전용극장 ‘피엠씨 대학로 자유극장’을 개관했다. 신시뮤지컬컴퍼니도 지난해 5월부터 빌려 운영하던 대학로 폴리미디어 씨어터를 최근 3년 임대 조건으로 인수해 다음달 ‘신시뮤지컬극장’을 개관할 예정이다.
피엠씨는 개관 기념으로 비언어 퍼포먼스 〈난타〉를 2주간 공연한 뒤 창작뮤지컬 〈달고나〉와 〈뮤직 인 마이 하트〉 〈김광석 프로젝트〉(가제) 등을 선보일 계획이다. 또 신시뮤지컬컴퍼니도 4월23일부터 자체 제작한 〈틱틱붐!〉 〈더 씽 어바웃 맨〉 〈뱃보이〉 〈듀엣〉 〈더 래스트 파이브 이어스〉 〈유린타운〉 〈렌트〉 〈수퍼비〉 등 ‘작은 뮤지컬’을 연중 공연한다.
송승환 피엠씨 대표는 “그동안 국내 뮤지컬이 너무 대형화로 치달으면서 거품을 부풀려 왔고 그 부담을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떠안겼다”며 “저가이면서 작품성이 뛰어나고 다양한 형태의 중소형 뮤지컬 작품들을 대학로에 본격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시뮤지컬컴퍼니 박명성 대표도 “무대 메커니즘에 의존하는 화려한 대형 공연이 아닌, 세심하고 독특한 아이디어와 연출력이 중시되는 작품들을 만드는 것은 공연에 참여하는 스태프들로 하여금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무대에 대해 더 고민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한국 뮤지컬의 풍부한 자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작은 뮤지컬’은 이미 대학로의 고정 레퍼토리로 자리잡은 극단 학전의 〈지하철 1호선〉과 엠뮤지컬컴퍼니의 〈사랑은 비를 타고〉, 조아뮤지컬컴퍼니의 〈마리아 마리아〉 등이 주도했지만 지난해 11월 설앤컴퍼니의 〈아이 러브 유〉의 폭발적인 인기가 큰 자극이 되었다. 특히 오디뮤지컬컴퍼니가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뮤지컬 열전’을 기획하면서 불길을 당겼다. 오디뮤지컬은 지난주부터 〈넌센스 아멘〉을 시작으로 〈리틀 숍 오브 호러〉 〈암살자들〉 〈맨 오브 라 만차〉 〈그리스〉 〈베이비〉 등 중소형 뮤지컬들을 잇따라 올릴 계획이다.
또 〈오페라의 유령〉 〈미녀와 야수〉 등 주로 대형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공연한 제미로도 내달 12일부터 대학로에서 〈헤드윅〉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또 서울뮤지컬컴퍼니의 〈와이키키 부라더스〉, 명랑씨어터 수박의 〈빨래〉, 극단 십년후의 〈박달나무 정원〉, 두비컴의 〈사랑하면 춤을 춰라〉, 비즈프로덕션의 〈러브 퀄터〉 등 현재 공연되고 있고 올해 공연 예정인 작은 뮤지컬은 30여편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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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 중인 오디뮤지컬컴퍼니의 <넌센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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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평론가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지난 2001년부터 불기 시작한 대형뮤지컬의 거품이 조금씩 빠지면서 소형 자본으로 뮤지컬을 건실하게 만들려는 움직임이 조금씩 일고 있다”며 “작은 시장에서 검증을 받고 좀더 큰 시장으로 나가는 단계별 시장이 형성되면 국내 뮤지컬 시장의 생명력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당분간은 배우 기근에 시달리겠지만 장기적으로 뮤지컬 인력 양성과 뮤지컬 전용극장 확보에도 도움이 돼 국내 뮤지컬 시장의 체질이 더 강해질 것 같다”며 “다양한 실험도 가능해 궁극적으로는 창작뮤지컬 활성화에도 밑거름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공연기획사 축제를 만드는 사람들의 마승락 대표는 “대형 뮤지컬 제작사들의 대학로 진출은 소극장 뮤지컬을 내실있게 진작시킬 수 있는 장점은 있지만 자칫 대학로를 중심으로 하는 연극계을 위축시킬 우려도 있다”며 “연극계도 경쟁력 있는 작품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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