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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30 18:11 수정 : 2005.03.30 18:11

동해 바다 평화기원 춤사위 펼친다

새달 첫날 동해 바닷길이 부디 잔잔하기를 날마다 천지신명께 기원하는 춤꾼이 있다. 한민족의 혼이 어린 독도의 장엄한 아름다움을 몸짓으로 하늘에 고하겠다고 나선 백현순(46·경기대 교수·사진)씨가 주인공이다. 일본의 도발적 독도 영유권 주장으로 한민족의 분노어린 시선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백씨와 대구무용단 춤꾼 13명이 다음달 1일 독도에서 ‘태극춤’을 추기로 했다. 이날 공연에는 독도 물량장(선착장)이 무대가 되고, 독도를 비추는 햇살이 조명이 된다.

태극춤은 점에서 선으로, 선이 원으로 완성되는 태극의 구조를 몸짓으로 살려낸 춤이다. 백씨가 지난해 광복절 때 독도에서 선보이려고 오랜 준비 끝에 완성한 작품이다. 그와 단원들이 대본을 짜고 춤 연습까지 마쳤지만, 소음에 따른 입도 불허가 등 문제 때문에 공연 허가를 얻지 못했다. 언젠가 세상에 내보이기를 기다리며 곱게 접어뒀던 태극춤은 최근 독도가 활짝 열리면서 독도 무대 공연의 꿈이 이루어지게 됐다.

음악은 단원들이 태평소와 북, 장고, 징을 파도 소리와 엮어 연주한다. 춤은 격렬하고 기운찬 소리 대신 은은하고 잔잔한 음악에 맞추기로 했다. 독도에 살고 있는 천연기념물 괭이 갈매기들을 놀라게 하지 않고 관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연출은 백씨의 남편 육정학(43)씨가 맡는다.

“동해 바다에 홀로 우뚝 솟아있는 독도는 우리 민족의 은근과 끈기를 한 몸에 지니고 있죠. 우리 몸짓으로 독도의 아름다움을 하늘에 고하러 가는 겁니다.”

10살 때부터 날마다 춤을 추며 살아온 백씨에게 이번 공연은 춤꾼의 삶으로 볼 때도 한 고비를 넘는 무대다. 쉽고 재미있는 춤을 넘어서 혼을 일깨우는 춤을 추고 싶다는 소망을 펼쳐 보이는 날이기 때문이다.

“춤이 곧 삶”이라는 백씨는 “서른다섯 해를 다져온 춤꾼의 모든 것을 독도에서 내 보이겠다”고 다짐하듯 말한다. “이날 함께 배를 타고 갈 관광객들과 독도 경비대원들, 괭이갈매기와 삽살개가 독도를 딛고 서서 우리 몸짓을 구경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날마다 바닷길이 평화롭기를 빌고 있습니다.”

그와 일행들은 4월1일 오전 10시께 독도에 닿아 15분 동안 독도 땅과 하늘, 바다에 태극 혼을 흩뿌린다. 이 춤은 독도 무대에서 펼쳐지는 첫 문화공연으로 기록될 것이다.

대구/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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