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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에 전시될 박이소의 유작 <월드체어>. 세계지도 그려진 어중간한 크기의 의자로 세계화의 진실과 허상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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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화 ‘욕망장성’ 내세워
내부 현관엔 박이소 ‘월드체어’
젊은 작가 15명 하나의 풍경 배치
6월9일 화려한 개막 한국관 전시구성도 이런 맥락에서 우리 근대 대중문화의 천민적 이미지들을 독특한 키치작업으로 표현해온 최정화씨와 한국 근대화의 풍경들을 냉소적인 개념적 조형물로 표현했던 작고작가 박이소의 작업을 출발점으로 삼고 그들이 몰고온 변화와 함께 했던 젊은 작가들의 구작, 근작들을 색다르게 배치한다는 구상이다. 전시개념은 한국 정원이나 건축에서 풍경을 빌려온다는 의미의 ‘차경’(借景)을 기본틀 삼아 베네치아 국가관 주변 풍경과 한국관 내부에 펼쳐질 우리 현대미술의 풍경이 서로 넘나들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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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의 얼굴은 전시장 옥상에 주부들이 흔히 쓰는 플라스틱 부엌소쿠리 2만개를 쌓아 만든 거대한 성벽인 최정화씨의 <욕망장성>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동시대 부박한 한국 자본주의의 풍경을 상징하는 이 조형물과 맞물려 한국관 들머리와 그 인접한 내부 공간은 조각가 박기원씨의 반투명 비닐막 설치물 ‘감소’로 싸여지게 된다. 마치 창호같은 효과를 내는 비닐막은 정원의 차경개념과 통하는 것으로 경계를 소멸시키는 의미를 지닌다. 내부 공간 중앙에는 한 사람 앉기에는 넓고 두 사람 앉기에는 다소 비좁은 의자인 박이소의 개념조형물 <월드체어>가 놓이게 된다. 또 이들 세 작품을 필두로 한국 중산층 가정의 한 공간을 보여주는 정연두씨의 슬라이드 작업, 성낙희씨의 물결치는 벽면 낙서 작업 등이 이어진다. 베네치아의 바다가 보이는 맨 안쪽 창 공간에는 김소라씨가 국내 유명 대중음악의 스페인이어 번안 비디오를 틀어주는 비디오 작업을 설치하며, 이질적 문화적 풍경을 만들게 되며 여기에 김홍석씨의 달걀모양 구조물, 문성식씨의 초현실적 일상풍경 그림이 놓여진다. 벽쪽에 매우 미세한 인간, 동물군상의 모습들을 빚어낸 함진씨의 미시적 조형물 작업도 눈길을 끌 듯하다. 한편으로 공간 왼쪽벽에는 국내 민주항쟁의 주요장면들과 유행가들을 영상과 음향으로 틀어주는 배영환씨의 유행가 프로젝트와 이주요씨가 천장에 그린 실없는 드로잉들이 선보이게 된다. 마지막부분인 전시장의 작은 방과 출구는 산업사회 생산물들을 냉소하는 냉소적인 김범씨의 ‘라디오 모양의 다리미’ 등의 작업들과 나키온의 단색 낙서그림이 장식한다. 지난해 11월 커미셔너가 된 이래 시간에 쫓기며 이달들어서 겨우 전시윤곽을 갈무리했다는 김씨는 “작가들 사이에 전시구도와 개념에 대한 협의가 끝나 전시는 만들어진 것이나 마찬가지” 라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사상최초로 여성 기획자 마리아 드 코랄, 로자 마르티네즈가 전체 디렉터를 맡은 이번 베네치아 비엔날레는 ‘미술의 경험’‘언제나 한 걸음 더 멀리’를 주제로 11월6일까지 열린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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