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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03 20:47 수정 : 2005.04.03 20:47

“민중의 손때서 생활의 향기 느껴요”

충북 청원군 가덕면 금거리에 지난 6일 민속공예품을 전시하는 예뿌리 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이영준(73·사진) 관장은 요즘 누구보다 행복하다. 경남 통영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생활했지만 이 박물관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옛것의 아름다움과 예의 뿌리를 알리고 싶다는 기대에 들떠있기 때문이다.

박물관에는 청동기시대에서 근대에 이르기까지 민중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공예품과 생활용품 1천여 점이 전시돼 있다.

그가 직장생활을 시작한 20대 중반부터 최근까지 40여년에 걸쳐 발품을 팔아 모은 3천여 점의 공예품 가운데 일부를 전시한 것이다. 이 관장은 해마다 두 차례씩 소장 유물을 바꿔가며 관객들에게 선보일 계획이다.

그는 “땅속에 묻혀 있다가 만난 고관대작들의 진품명품보다 민중들이 손때가 묻은 공예품을 모았다”며 “전시장을 둘러보면 우리네 조상들의 생활모습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1882년께 만들어진 ‘해좌전도’를 처음 만난다. 지도는 최근 전 국민의 시선이 집중된 독도가 울릉도 동쪽에 그려져 있고, 그곳이 조선의 땅임을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우연한 배치지만 반갑기 그지없다.

모두 자식 같은 유물이지만 이 관장은 유독 탈과 부적을 아낀다.

양주 별산대 놀이 탈과 안동 하회탈, 티베트의 탈과 복을 구하고 액을 막으려고 몸에 지니고 다녔던 부적과 부적을 찍어낸 부적 판, 장신구 형태의 부적 등은 민중들의 얼굴이며, 생활이자 자화상이기 때문이다.


탈과 부적판을 다룬 예인과 무속인들은 숨을 거두면서 자신이 쓰던 탈과 부속품을 모두 태워버리기 때문에 구하기가 어려워, 산대놀이 탈 7쌍을 모두 모으는 데만 30여년이 걸렸다고 한다.

70년대 초 공무원 초봉의 40배에 이르는 45만원을 들여 어렵사리 구한 ‘호랑이를 타고 있는 무당’과 장례식 상여에 쓰인 꼭두와 용수판, 민간에서 만든 불상 등도 눈에 띈다.

요즘의 보드 게임과 닮은 승경도 놀이, 김유신 장군묘 십이지신상 탁본, 구운몽 병풍, 민화, 근대 오줌장군과 생활용품 등도 전시돼 있어 민속 공부에 제격이다.

이 관장은 “평생 좋아하는 일을 했고, 제가 좋아 한 것을 많은 이들과 나눌 수 있으니 더없는 기쁨”이라며 “민속품과 사랑에 빠져 평생을 보내는 동안 묵묵히 참아준 아내와 가족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청원/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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