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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05 21:28 수정 : 2005.04.05 21:28

“좋아하는 것만 고르고, 다른 것을 돌아보지 아니함”을 뜻하는 일본의 토박이말이 ‘에리고노미’(えりごのみ)라는 이름씨로, “에리고노미오 스루(∼을 한다), 에리고노미가 하게시이(∼가 격심하다)”처럼 쓰는데, 한자의 뜻을 빌려 ‘選り好み’라고도 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일본말을 섣부르게 배운 이들이 그것을 ‘선호’(選好)라는 한자말로 오인하여 쓴다.

㈀남아 선호 사상, 소비자들은 디자인이 단순한 옷을 ㈁선호한다, 교직이 ㈂선호 직종으로 부상했다, 국악을 ㈃선호하는 학생,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 ㈄나홀로 공부 선호 ….

이처럼 흉내쟁이들이 하도 많아서 그것이 날이 갈수록 고약한 돌림병처럼 번져서 “가린다, 좋아한다”는 우리말은 찬밥 신세가 돼서 안타깝기 그지없다.

위에 든 보기 ㈀은 아들·딸 가리기, ㈁은 좋아한다, 선택한다, 취택한다, ㈂은 인기(유망) 직종으로 떠올랐다, ㈃은 좋아하는(전공하는) 학생, ㈄은 ‘선호’를 아예 지워 버리고 ‘나홀로 공부’라고 하면 그만이다.

그리고 선거(選擧), 선량(選良), 선발(選拔), 선수(選手) 따위 [선:]의 홀소리 [ㅓ:]는 긴소리인데, 무엇을 ‘선호’한다고 짧게 소리내서 [선:호]가 아니고 [선호](先好)로 들린다. 발음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일본이 역사를 왜곡하고 독도를 제 땅이라고 생떼를 부리는 요즈음, 그 극우파의 주구가 된 듯이, 망언을 일삼는 친일 학자들과 경쟁이라도 하듯, 우리말을 외면하고, 일본말을 흉내내서 쓰는 일은, 나라를 팔아먹은 만고역적들의 뒤를 따르는 짓이니, 양식을 지닌 지식인들이 힘을 모아 얼빠진 지식인들을 올바른 길로 이끌어야 한다.

이수열/국어순화운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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