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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10 17:53 수정 : 2005.04.10 17:53

경주 반월성 서쪽공터를 차지하고 있는 말타기 체험장.



신라 왕궁터 말타기 체험장 임대
운치는 간데없고 말똥냄새 진동
경주 남산 마라톤·조명설치 검토
관광수입 극대화 문화유산 ‘신음’

고도 경주의 문화유산들이 다시 수난을 겪고있다. 경마장 설치 문제가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최근엔 반월성이 승마체험장으로 돌변해 유적이 황폐화하고 있다. 세계문화유산인 불국토 남산쪽에서는 가로등과 마라톤 문제, 대형 철제다리 설치 문제로 시끄럽다. 올 3월부터 고도보존법이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벌어진 이런 훼손논란 사례들은 세수확대와 관광수익 극대화를 노리는 지자체의 개발논리와 문화유산 보존을 부르짖는 문화재전문가, 시민단체 사이에 첨예한 대립을 불러오고 있다.

반월성은 오케이 목장?=신라 천년 왕궁터인 경주 반월성은 요즘 승마장과 활쏘기 마당으로 변했다 2003년부터 경주시가 민간업자에게 3년 계약으로 위탁해 동서쪽 공터에 각각 1000여 평씩 말뚝을 박고 말타기 및 활쏘기 체험장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일 낮 찾아가본 왕궁터 서쪽 말타기 체험장 들머리에는 차례를 기다리는 국내외 관광객 50여 명으로 북적거렸다. 말뚝을 두른 목장 트랙을 보조자 인도 아래 말 타고 한바퀴 도는 데 중고생·일반 5000원, 초등학생 3000원을 받는다. 초등학생 어린이들이 호기심 삼아 많이 탔고, 일부 외국인들이 말을 타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주변은 말을 탈 때 일어나는 먼지와 말의 체취가 자욱해 고도 왕궁터라는 느낌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 현장관리인은 “인기가 좋다. 아이들도 많이 타지만 젊은 여성들이나 노인들도 종종 타러온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 2시간 성인 교습코스도 있는데 돈만 더 주면 반월성 동쪽부터 서쪽 끝까지 기분 좋게 달릴 수도 있다”며 “한번 타보라”고 계속 권유했다. 동쪽 공터에 있는 활쏘기 체험장도 10여 개씩의 과녁을 놓고 손님을 받고 있는데, 30여 명 정도의 관광객들이 계속 들락날락했다. 서울에서 내려온 한 문화재 전문가는 “우연히 반월성에 갔다가 승마장이 세워진 것을 보고 말문이 막혀버렸다”며 “말과 배설물에서 나오는 악취로 여름에는 가까이 가기도 힘들다고 들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들 시설은 사적의 경우 시설물 설치허가를 문화재청에서 받아야한다는 문화재보호법 규정을 사실상 무시한 편법시설이다. 경주시 사적관리사무소쪽은 “문화유산 재활용과 관광객 체험이란 측면에서 구상한 것이나 최근 경관상 좋지않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며 “하지만 민간업자에게 사용료를 받고 위탁한 이상 3년 계약기간은 지켜야한다”고 말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보기도 안좋고 없애야 할 시설이지만 당장 대응조치를 정해놓은 것은 없다”고 답했다.

남산은 망가지고 있는가=경주시와 현지 시민단체 사이에는 남산 가로등 설치, 산길 마라톤 개최 문제 등으로 격렬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경주시가 백상승 시장 지시로 안전한 야간등산을 돕는다는 명분 아래 산기슭 순환도로에 가로등 설치 방안을 추진하자 지역 9개 시민, 환경단체 모임인 경주남산 시민연대는 반박성명을 내고 저지운동에 나섰다. 또 시는 5월29일 남산 순환도로에서 경주남산 마라톤대회를 열겠다고 밝혀 반발을 샀다. 경주 남산시민연대 등의 지역 문화단체들은 “마라톤 정례화는 세계문화유산인 남산의 문화경관과 환경을 파괴할 것이 뻔하다”면서 “마라톤 굿판을 걷어 치우라”고 주장했다. 이밖에 경주시가 남산 남쪽 용장골에 최근 관람객 편의를 위해 설치한 대형 철제다리도 경관 파괴라는 일부 전문가들의 비판을 받고있다.

또 다른 훼손 논란들=경주시는 반월성과 안압지, 감포 감은사탑 등에 설치한 야외 조명등을 올해 중 분황사탑 등 시내 주요 문화재들까지 확대하고, 지난 9일 행사를 시작으로 안압지에서 매 주말마다 야간공연무대를 열기로 했다. 그러나 문화재 전문가들은 지나친 조명이 석조유물의 강도를 약화시키고, 잦은 공연무대도 유적지의 품위와 격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불국사를 조영한 아사달 아사녀의 슬픈 전설로 유명한 외동읍 괘릉리의 연못 영지도 최근 토사가 계속 흘러내리면서 연못 면적이 3분의 1가량 줄어들었다는 게 현지 사람들의 전언이다. 국립경주박물관의 한 관계자는 “80년대만 해도 경주시가 관내 개발사업 때 반드시 박물관이나 문화재연구소 등의 전문가들에게 자문하곤 했는데 이제는 옛 이야기가 되어버렸다”면서 “관광수입이나 개발수요를 의식한 지자체의 과도한 의욕이 경주유산들을 망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주/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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