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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11 18:32 수정 : 2005.04.11 18:32

“분노야말로 예술의 원천”

“작가는 자기 삶에서 가장 잘 아는 것들을 그려야 합니다. 제 경우 인생에서 가장 친숙했던 건 다름 아닌 총이었지요… ”

미국 시사지 〈타임〉, 〈뉴욕타임즈〉 등에 인간군상들의 폭력행위, 총격전, 핵전쟁 따위의 엽기 삽화를 그려온 일러스트 작가 마샬 아리스만(67)은 겸연쩍게 웃었다. 어린 시절 총쏘기, 총닦기를 유난히 좋아한 형 덕분에 총을 매일 보다시피했고, 난폭한 총기류 그림을 즐겨 그리게 되었다는 고백이다. 7일 강연을 위해 한국에 왔던 그는 “총기를 든 사람은 곧 총기이며 그런 폭력성에 대한 경각심을 갖자는 것이 내 의도”라고 했다. “결국 표현하려는 게 무엇이냐가 중요하지요. 일러스트는 민감한 사회적 이슈를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흔히 글의 삽화 정도로 풀이하는 일러스트레이션 동네에서 아리스만은 색다른 영향력을 지닌 작가로 통한다. 지난 8일 낮 서울 금호미술관에서 한겨레SI일러스트레이션 학교 주최로 열린 초청강연을 마친 아리스만과 만났다. 음울한 작품들과 달리 시종 쾌활하고 농담을 즐겨 던진 그는 한국인들도 많이 유학간다는 뉴욕 시각예술대학(SVA)의 교수 명함을 건넸다. “상명대에서 열리는 한국동문전을 격려하러 왔어요.88년에도 전시 때문에 온 적이 있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일러스트의 위상이 커진 듯해요.”

아리스만은 72년 폭력을 주제로 한 흑백작품집 〈프로즌 이미지〉로 충격을 던졌다. 총 쏘는 순간 머리가 터져 핏물이 튀는 희생자, 입에 총을 문 사람, 철망 속에 갇혀 마약주사를 찔러대는 중독자들 모습 등은 예쁘장한 일러스트의 도식을 깨뜨리면서 그를 거장 반열에 끌어올렸다.

“시인 보들레르는 ‘예술을 하려면 분노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지요?. 동감이에요. 모든 그림은 에너지에서 나오지만, 그 에너지를 가장 적절히 끌어낼 수 있는 요소는 바로 분노입니다.” 일러스트의 성찰성과 자유정신을 역설한 그는 10일 한국을 떠났다.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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