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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12 17:23 수정 : 2005.04.12 17:23

로렌스(존 리스고·왼쪽)가 프레디(노버트 리오 버츠·오른쪽)를 정신병자 동생으로 꾸며 구혼자를 퇴치하고 있다. 사진 <뉴욕타임즈> 제공

음악·연기·연출 3박자 완벽한 조화

이번 시즌 브로드웨이에서 개막한 뮤지컬은 열 다섯 작품으로 그 중 브로드웨이 프리미어가 열 한개나 된다. 이 정도면 숫자적으로는 가히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황금기를 연상케 하지만 내막은 어쩐지 찜찜하다. 미국 뮤지컬계가 신처럼 떠받드는 스티븐 손드하임의 초기작 <개구리들>과 <태평양 서곡>은 제한 상연으로 이미 막을 내렸고 프랭크 와일드혼의 <드라큘라>도 흥행참패로 나가 떨어진 현재, 남은 작품 가운데 코미디가 아닌 것은 오로지 <작은 아씨들>과 록 뮤지컬인 <부르클린> 뿐이다. 이 지경이면 이제 더 이상 브로드웨이 뮤지컬에서 음악은 흥행의 요소에서 밀려난 것인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던 차에 완성도 있는 뮤지컬 코미디 <더럽고 비열한 사기꾼들> 이 개막하여 안도감을 안겨주었다.

이 작품은 프랭크 오즈가 감독한 동명의 1988년 영화가 바탕이 됐다. 멕시코의 휴양도시 리비에라에 살면서 혁명 때문에 망명한 유럽의 작은 나라의 왕자인 척하며 부자 미국 여인들의 호주머니를 털어내는 세련된 사기의 달인 로렌스와 예의라고는 모르지만 사기의 기본은 갖춘 초보 사기꾼 프레디가 얽혀 세제그룹의 딸 크리스틴을 유혹하는 내기를 하지만 알고보니 크리스틴이야말로 두 남자를 찜쪄먹는 희대의 사기꾼이었다는, 뒤통수 치는 내용의 코미디다. 우리나라에서는 <화려한 사기꾼>으로 알려진 이 영화는 프랭크 오즈가 <리틀 샵 오브 호러스>에 이어 연타석 홈런을 날린 작품으로 일찌감치 무대 뮤지컬 대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점찍었던 작품이다.

과거 <폴 몬티> 팀이 다시 뭉쳐 만든 이 뮤지컬은 완성도에 있어서는 <폴 몬티>를 훌쩍 뛰어넘는다. 작곡가인 데이빗 예즈백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아무 무리없게 뒤섞는 게 장기인 작곡가답게 각 등장인물의 특성에 맞는 음악을 장르까지 부여하며 그때 그때 알맞게 선사하는 데다, 군데 군데 운율을 깨는 코믹한 가사를 섞어넣어 관객들을 뒤집어 놓는다. 연출가인 잭 오브라이언의 완벽한 코믹 장면 연출도 매우 훌륭하다. 모든 장면이 각자의 웃음의 기승전결을 유지하면서 심지어 주인공이 사랑에 빠진게 아닌가 고민하는 장면에서마저도 코러스의 안무와 그 뒤로 숨 한 번 쉴 새도 없이 몰아치는 웃기는 장면이 곧바로 매끄럽게 이어진다.

특히 주연을 맡은 우아한 신사 사기꾼 로렌스 역의 ‘존 리스고’와 초보 사기꾼 프레디 역의 ‘노버트 리오 버츠’의 신들린 듯한 콤비 연기는 기가 막히다. 여기에 사기의 여왕 크리스틴으로 등장하는 ‘셜리 렌 스캇’은 뮤지컬 <아이다>에서 오리지널 암네리스로 엘튼 존으로부터 낙점 받았던 배우답게 필터로 거른 듯한 느낌의 독특하면서도 깨끗한 고음으로 순진녀와 악녀를 오가며 2인조 남자 사기꾼의 연기에 한껏 색을 입히며 가담하여 작품을 훨씬 화려하게 채색한다.

좌충우돌 코미디 뮤지컬 <스패멀럿>에 밀려 잠시 주춤했으나 거기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는 입소문이 빠르게 번지면서 현재 9월5일까지 티켓의 95퍼센트가 판매된 상태다. 잘 만들어진 이야기와 장면으로 구성된, 뮤지컬 코미디의 또 하나의 모범사례로 남을 듯 하다.

이수진·조용신 공연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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