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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술국치/실국시대 |
1910년 8월22일에 일본 통감 데라우치 마사다케가 〈일본이 한국을 병합함〉이라는 문서를 내각총리대신(국무총리) 리완용에게 내어 놓았다. 이 국치문서에 리완용이 도장을 찍었고, 29일에 허수아비 ‘치루왕’(순종)이 공포했다. 그 이름은 ‘일한병합’(日韓倂合·니쓰칸 해이호우)이었다. 일본이 ‘합’(合)이라고 하기에 배달겨레는 ‘치’(恥)라고 했다. ‘합할 합’이고, ‘부끄러울 치’다. 29일 배달겨레는 부끄럽다는 말을 하면서 통곡할 뿐이었다. 경술년에 일어난 부끄러움이라는 뜻을 담은 말이 ‘경술국치’다. ‘경술국치’로 말미암아 나라 잃은 백성이 되어 ‘실국시대’로 들어갔다. ‘실국시대’로 되어야 ‘광복시대’로 연결이 되는 것이다.
통감 데라우치 마사다케가 ‘일합한국’(日合韓國) ‘일합한방’(日合韓邦)이라고 해야 말차례에 들어맞는데, 배달 바보들을 속여 보려는 심술이 발동하여 ‘日韓倂合’이라고 했던 것이다. 그러나 ‘합’이라는 타동사가 문장 안에 있으면 제일 앞에 나오는 것이 주어로 되고, 그 뒤에 나오는 것이 목적어로 되기에 끝내 속일 수가 없게 된 것이다.
고려가 망하고 조선이 선 것은 나라를 잃은 게 아니다. 조선국이 망하고 일본국이 섰다. 이는 곧 실국(失國)이다. 망하고 서는 사이에서 겨레가 다르면 ‘실국’이다.
초·중학교 교과서에는 ‘일제 강점기’가 아니라 ‘나라잃은시대’로 기록되는 것이 옳다. 그 말을 들으면 아이들도 가슴이 울렁거리고 눈물이 나오게 되리라. 나라 흐름에서 포부를 지니게 된다. 세월의 흐름을 보고 감동이 일어나게 되었을 때 포부가 생기는 법이다.
‘나라잃은시대/ 실국시대’라는 말을 써야 나라가 소중하게 되면서 주체가 살아난다.
려증동/경상대 명예교수·배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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