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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17 10:29 수정 : 2005.04.17 10:29

참 이상하게 뭔가 풀리지 않는 연기자들이 있다. 외모나 연기력이 결코 뒤쳐지지 않는 데도 그 만큼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최지나(30)도 그런 연기자에 속했다.

그가 다음달 4일 개봉하는 영화 '혈의 누'(감독 김대승, 제작 좋은 영화)에서 만신 역을 맡아 다소곳하고 여성스러운 모습을 보여왔던 지금까지와는 다른 연기를 선보인다.

"쉽지 않은 역할이었어요.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난 섬을 이끄는 정신적 지주죠. 사건을 해결하러 온 차승원씨에게 결정적인 단서와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게 되는데 배역 자체가 제겐 어려웠어요."

단순한 무당과는 다른 만신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무당이 아니라 마치 원시부족사회 당시의 무당처럼 정신적으로 마을 사람들을 지배한다. 이 때문에 빙의가 드는 연기도 해야 했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그는 처음 캐스팅제의가 들어왔을 때 망설였다고 한다.

"내 목소리가 아닌 듯한 목소리를 내야 했고, 내 자신이 아닌 듯한 연기를 해야 했어요. 노력은 했지만 많이 부족했던 것 같아 스태프들에게 미안하기도 했구요. 그렇지만 김 감독님께서 제가 고민할 사이도 없이 배역에 빠져들도록 해주셔서 큰 도움이 됐습니다."


무형문화재 김혜경씨가 영화 촬영 3개월 동안 그와 함께 다니며 그를 지도했다. 촬영 도중 귀신같은 물체를 보기도 했고, 몸이 내내 아픈, 특이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영화 '학교전설'에 출연한 적이 있었으나 당시 공연한 배우 사정상 극장에 오래 걸리지 못했다. 그러니 '혈의 누'가 그에게는 첫 영화나 다름없다. 이 영화를 촬영하면서 그가 얻은 건 '자신감'이다.

"아마 지금까지 여러분들에게 보여준 건 제가 갖고있는 역량의 ⅓도 되지 않을 거예요. 영화를 보고난 후 관객들이 '저 연기자가 저런 것도 해?', '많이 본 듯한 얼굴인데 누구지?'라고 생각해주는 것만 해도 저는 많은 것을 얻게 될 것 같아요."

차승원 뿐 아니라 최종원, 오현경, 천호진, 유해진, 박용우, 지성 등 관록있는 배우들과 호흡하면서 많이 배웠다.

"에너지가 생겼어요. 이제 어떤 역할이 내게 와도 잘 할 것 같고, 소화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죠. 비록 작은 역할이라도 관객들에게 '엑센트'를 줄 수 있다면 배우로서 기분좋은 일이죠. 이 영화를 통해 그런 평을 받았으면 해요. 주연은 아니지만 제 스스로의 대표작이 될 수 있을 것 같구요."

긴 세월. 뭔가 될 듯 하면서도 어떤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는 연기자로 분류됐을 때 그는 어떤 마음으로 헤쳐왔을까. 그 자신 탓보다는 주위 환경이 그를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았던 적이 많다.

"기도했어요. 하나님께서 다른 복은 주셨지만, 아직 내가 부족하니까 일하는 복은 조금씩 주시는구나 라고 생각했구요. 아직까지 '실패자'라는 생각을 한번도 해본 적 없어요. 나쁜 일이 있으면 꼭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도 있고, 지금까지 살아보니 그런 것 같구요. 이젠 좋은 일만 생기겠죠."

느긋하다고 말하지만, 그는 내심 초조하게 영화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듯 했다. 과연 최지나가 벽을 깨고 올라설 수 있을지 눈길이 간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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