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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17 17:15 수정 : 2005.04.17 17:15

아시아관에 전시된 영원의 미소를 지은 간다라 불상머리.

시공 초월한 ‘축소판 세계문화·역사’ 330점

‘우리가 곧 세계다! ’해군력과 재력으로 17~19세기 자국 영토의 백배 가까운 식민지를 거느렸던 영국의 제국주의적 자부심을 흔히 대영박물관이라고 하는 브리티시 박물관 전시품에서 보게 된다. 그 실체는 전세계에서 양도, 매수, 강탈한 뒤 세월로 표백한 문화유산들이다. 12일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막을 올린 이 박물관의 첫 한국전(7월10일까지·02-518-3638)이 남기는 카리스마 또한 그러하다.

개관 252돌을 맞은 브리티시 박물관은 세계 최초의 공립박물관이자 700백여 만점에 이르는 컬렉션 보고다. 한국전의 경우 비교적 소량인 330점이 나오지만, 선사시대부터 근대기, 오대양 육대주 문화권을 망라한 8개 전시실로 구성되어 조악한 여느 블록버스터 전시와 격이 달라 보인다.

눈맛에 먼저 감겨오는 전시품은 중근대 유럽대가들의 그림류와 고대 유럽, 아시아의 다양한 공예, 조형물들이다. 도판으로만 보았던 르네상스기 대화가 뒤러의 유명한 판화 <멜랑코리아>와 <라우바하 초상> 등의 실물이 걸렸다.

▲ 리비아 키레네에서 발굴된 2세기 로마시대의 디오니소스상.
근대 과학기구 앞에서 우울한 표정 지으며 창작혼을 가다듬는 예인의 모습을 담은 <멜랑코리아>는 미술사상 가장 미스테리한 그림이며 <라우바하 초상>은 형형한 눈빛 묘사가 전율을 일으킨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빨강 연필로 그린 <대머리 남자의 옆얼굴>과 보쉬, 렘브란트, 고야의 걸작 판화는 인간군상의 내면까지 훑어내린 절묘한 세필의 끝을 좇느라 시간가는 줄 모르게 된다. 서아시아, 이집트 유물 가운데는 5천년 전 이라크 우르 지역 무덤유물인 수메르 여왕의 하프악기(수금)을 필두로, 이집트 미라, 람세스 4세 석상, 아시리아의 죽어가는 사자상 부조 등이 감상거리다. 조각사의 정석인 고대 그리스의 고졸한 쿠로스상, 고전미를 상징하는 디오니소스, 헤라클레스 상도 볼 수 있다. 또 생소한 헝가리, 아일랜드 등 유럽 원주민들의 기원전 금속공예품과 <해리포터>에도 등장하는 12세기 스코틀랜드의 체스말 세트 등도 소개했다. 말미 아시아관에서는 16~17세기 이란, 인도무갈제국의 정성스런 세밀화와 영원의 미소를 지은 간다라 불상머리 등을 우선 본다. 중국 고대의 걸작 청동공예품인 양모양 제기, 돈황 불화를 거쳐 18세기 조선의 명재상 채제공을 그린 이명기의 초상화, 일본 에도 채색화를 보고나면 감상은 끝난다. 서구 박물관처럼 밀도있는 튜브형 동선에, 전시품에 따라 명암조절을 세심하게 배려했다.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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