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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달째 시민과 매주 7km씩…8천만원 모아 물론, ‘몸으로’ 돈을 모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남산 순환도로는 마라토너들이 선호하는 ‘훈련코스’. 같은 거리를 달리더라도 경사가 가팔라 체력 소모가 심한 만큼 달리는 요령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구르는 돌처럼 가속도가 붙어 쉽게 달렸던 내리막길은 어느덧 오르막길이 되어 숨을 턱턱 막히게 만든다. 골인지점 직전 마지막 ‘깔딱 고개’에 이르면 심장이 터질듯 고동친다. 남산에서 매주 달리는 김에 그는 아예 마라톤을 시작했다. 본래 유 대표는 ‘만능스포츠맨’이랄 만큼 다양한 운동을 즐겨왔다. 수영은 기본이고 펜싱·검도는 수준급이상, 승마는 “국가대표 나갈 생각도 해봤다”고 할 정도로 능숙하다. 마라톤은 다른 운동들처럼 순간순간 짜릿한 즐거움을 주지는 않지만 자꾸만 빠져들게 만든다. 유 대표는 “장애물에 도전하는 경주용 말들은 ‘근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나이의 장애물, 체력의 장애물을 뛰어넘어 도전하도록 부추기는 마라톤은 오로지 한 가지 일념으로 가득 차 땀으로 뒤범벅돼 달리는 한 마리의 말처럼 그의 영혼을 자유롭게 만든다. 유 대표가 마라톤을 시작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올봄 그는 곳곳에서 러브 콜을 받고 있다. 화창했던 지난 일요일(4월17일)만 해도 서울시 직장마라톤을 비롯해 강북구청 주최 마라톤, 대한적십자사 주최 거북이 마라톤 등 세 곳에서 참가 요청을 받았고 앞으로도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마라톤에 참가할 계획이 잡혀있다.
몇 년 전 강남구 청담동에 극장 <유시어터>를 개관해 손수 운영하며 한달에 1천만 원 이상 빚을 질 만큼 ‘자본의 쓴맛’을 봤던 유인촌 씨는 지난해 이명박 서울시장과의 인연으로 서울문화재단 대표로 취임해 활동하고 있다. 서울시의 문화정책 기획·집행자라는 중책을 맡고 있는 만큼 그에게는 문화계의 다양한 목소리를 조율해야 한다는 요구가 뜨겁다. 그것은 아마 힘들어도 웃으며 달려야 하는 것만큼 고되지만 소중한 일일 것이다. 이유주현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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