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4.19 16:19
수정 : 2005.04.19 16:19
‘무거운 주제’ 짓눌려 균형잃어
“난 빨래를 하면서/ 얼룩 같은 어제를 지우고/ 먼지 같은 오늘을 털어내고/ 주름진 내일을 다려요”
뮤지컬이 우리의 가난한 이웃의 눈높이로 내려왔다. 국립극장 새단장 축제 ‘이성공감 2005’의 두번째 공연으로 지난 14일부터 별오름극장 무대에 오른 창작뮤지컬 <빨래>(극작·연출 추민주)는 신세대 연극집단의 반짝이는 재치와 건강한 시선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서울 변두리 달동네의 다가구주택을 배경으로 강원도에서 홀로 상경해 대형서점에서 일하는 20대 직장여성과 40대 과부아줌마, 장애인 딸을 둔 60대 집주인 할머니가 고단하지만 정을 나누며 건강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담았다. 특히 이 뮤지컬은 기존 작품들이 낭만적인 사랑 이야기만 주로 다뤄온 것과는 달리 직장여성의 열악한 근무조건과 부당해고, 외국인 불법체류노동자, 장애우 등 우리 소외계층의 이야기를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신예 공연집단답지 않게 작품의 얼개가 아기자기하고 알차며 라이브 연주로 극을 이끌어가는 뮤지컬 버전 또한 귀를 즐겁게 했다. 배우들의 아기자기한 춤과 야무진 노래실력도 공연에 활기를 보태고 있다. 특히 110여석의 소극장 무대에서 간단한 조작만으로 서점, 달동네 골목길, 허름한 단칸방 풍경 등으로 깔끔하게 변신하는 무대 디자인이 도드라졌다.
첫날 첫 공연에서 무대 근처까지 꽉 찬 객석을 바라보며 연출가 추민주(31)와 민찬홍(작곡), 신경미(음악감독)를 비롯해 김영옥 김현정 오미영 민준호 김승언 고승수 장세훈 등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졸업생 및 재학생들로 뭉친 명랑씨어터 수박의 저력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공연 중간부터 부당해고와 외국인 불법체류노동자, 장애인 문제 등 다소 무거운 주제들이 꼬리를 물고, 극 또한 연극 형식 위주로 진행돼 공연의 분위기가 가라앉으면서 극 전체의 균형감각이 흐트러진 것이 흠이다. (02)762-9190.
글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명랑씨어터 수박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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