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4.21 18:09 수정 : 2005.04.21 18:09

후쿠다 시게오 전

그는 포스터 위에 마술 같은 초현실적 이미지와 익살을 부린다. 하이힐 신은 여자 다리와 구두 신은 남자 다리가 맞물려 파리 개선문을 만들고, 컴퓨터상의 세계지도는 어느새 사슴 뿔로 변한다. 만국기와 우표 이미지를 조합한 모나리자 상도 등장한다. 재치 넘치는 눈속임 그림, 이른바 ‘트릭 아트’의 대가인 일본 디자인 거장 후쿠다 시게오(73)의 작품들이다.

서울 광화문 일본국제교류기금 서울문화센터에 마련된 후쿠다의 첫 한국 전시에서 착시기법을 사용한 포스터 수작들을 볼 수 있다. 후쿠다는 다나카 잇코, 요코 다다노리 등과 일본 전후 그래픽 디자인을 이끌어온 대가다. 인간미와 해학적 감각을 흔히 그의 매력으로 꼽는데, 출품작들을 곰곰이 보면 이런 특장이 세상 이면에 대한 강렬한 호기심에서 비롯되었음을 알게 된다. 뫼비우스의 띠 같은 수학적 그림으로 유명한 판화가 에스헤르의 역설적 구도를 패러디한 포스터들이 이런 맥락을 일러준다. 입체물인지 평면그림인지 헷갈리는 일본 신사의 문 ‘도리’에 두꺼비가 기대어 선 ‘일본을 생각하세요’란 포스터는 그네들 국민성, 국가 정체성에 대한 상념을 부추긴다. 보는 방향에 따라 각기 다른 입체물로 보이는 도형 위에 남자가 걸터앉거나 바로크 시대 전시장 그림에 자신의 디자인 작품을 합성시켜 시공간적 착시를 일으키는 포스터들도 있다. 에도 시대의 전설적 화가 샤라쿠의 인물그림을 제도자를 든 디자이너의 모습으로 패러디 한 작업은 일본적 디자인의 백미에 해당한다. 시각적으로 명쾌하면서도 생각의 연기를 피워올리는 철학적 성찰이 묻어나오는 작업들이다. 27일까지. (02)397-2826.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