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4.21 18:47
수정 : 2005.04.21 18:47
“다큐는 세상을 바꿉니다”
비서팀장이라는, 남들이 다 부러워할만한 요직을 박차고 평PD로 돌아왔다. 이쯤되면 꽤 ‘쿨’하다고 할 만하다. 그런데 그가 책을 냈다. 책에선 ‘다큐로 세상을 바꾸는 방법’을 치밀하게 설파한다. 정치적 허무주의가 팽배한 요즘 이 정도면 열정이 끓어 넘친다고 하더라도 별로 할 말이 없다. 한국방송 장해랑(48) 피디(전 사장 비서팀장)가 이 ‘냉정과 열정 사이’의 주인공이다.
그는 지난 15일 한국방송 팀장 인사에서 비서팀장 직을 벗어났다. 일단 전략기획팀 팀원으로 발령을 받았지만, 5월1일 봄 개편을 맞아 일선 다큐멘터리 제작 현장으로 복귀할 예정이다. 2003년 5월 정연주 사장 취임과 함께 비서팀장(당시는 비서실장)으로 차출된 지 2년여 만이다. 원래는 1년만 할 생각이었단다. 그러나 정 사장이 내건 ‘한국방송 개혁’ 과정에서 혼자만 중간에 떠날 수가 없었다. 이번에도 “간청 끝에 허락을 얻어냈다”고 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그가 인사 직전 책을 냈다는 사실이다. 샘터에서 나온
이다. 회사 동료이자 선후배인 이장종·오진산·황용호 피디와 함께 쓴 것이긴 하지만, ‘비서팀장이 그렇게 여유있는 자리였나’ 하는 의구심이 든다. “2002년 사내 교육을 위해 1차 원고를 작성한 게 있습니다. 이걸 발전시켜 작년 3월부터 4명이 토론을 통해 내용을 보강한 겁니다. 앞으로도 계속 한국방송 피디 공동체의 성과로 발전시켜 나갈 생각입니다.”
책은 다큐에 대한 안팎의 오해 또는 몰이해를 겨냥하고 있다. 그는 “다큐는 일방적 주장이 아니라 객관적 설득을 통해 세상을 바꾼다”며 “특히 피디들은 기존 체계와는 다른 더 낳은 세상에 대한 꿈꾸기와 그걸 위한 방법론의 개척을 포기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1982년 입사 이래 <추적 60분>과 <환경스페셜> <다큐멘터리극장> <인물현대사> 등을 연출·기획하며 쌓아온 현장의 경험이 책 곳곳에 배어있다. 다큐란 무엇인가에 대한 성찰을 넘어 본격적인 다큐 제작 지침서로도 손색이 없다. 그는 “나는 늘 피디 다큐멘터리스트였다”며 “2년 공백을 딛고 1년짜리 장기기획물로 시청자들께 다가가고 싶다”고 말했다. 푸른색 작업 점퍼를 걸친 그의 모습이 자유로워 보였다.
글·사진/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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