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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한 이중섭씨의 차남 이태성씨가 22일 열린 공개간담회에서 자신이 일본에서 가져온 미공개 소품그림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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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협회 “위조단, 아들 이씨에게 위작 기증”
이태성씨쪽 “준비위 만났으나 기증제안 거절” ‘ ‘국민화가’ 이중섭(1916~1956)의 신화를 업고 시작된 유족 소장그림의 진위 시비가 ‘끝장보기’식 법정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달 경매회사 서울옥션(대표 이호재)에 판매를 위탁한 유족 소장품들을 가짜 판정한 한국미술품감정협회(이하 협회)는 출품작 배후에 위조단이 연계된 의혹 등을 흘리며 검찰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유족도 협회쪽 의혹제기에 맞서 명예훼손 소송은 물론 협회관계자의 법적 엄단을 당국에 요청한다고 밝혔다. 대립이 격화한 빌미는 일본에 사는 고인의 둘째아들 태성씨가 22일 저녁 서울 평창동 한백연구재단에서 마련한 간담회였다. 협회 관계자들과 미술인, 취재진을 부른 이날 자리에서 유족과 대리인격인 서울옥션은 수채화, 은지화, 편지 등 소장자료 30여 점을 추가공개하고, 협회쪽과 4시간여 동안 가시돋힌 진위공방을 벌였다. 그러나 결론은 커녕 상대방을 자극하는 감정적인 의혹설과 막말, 인신공격적 발언들만 쏟아냈다. 최석태씨 등 협회 관계자들은 간담회에서 유족들의 경매 출품 배후에 위작을 유통시키려는 범법자들이 있다는 새 의혹을 꺼냈다. 지난 연말 몇몇 문화계 인사들이 위조된 이중섭, 박수근 그림 수백여 점을 모아 한 방송사와 미발표작 전시 준비위원회를 꾸려 사업을 추진(최근 무산)했으며 지난 1월 이들이 일본의 태성씨를 찾아가 협조를 요청하며 수집 작품 20~30점을 기증했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내용이다. 2달 뒤 태성씨가 기증받은 위조품들을 소장품인양 경매에 내다팔려하지 않았느냐는 의혹을 간접 제기한 것이다. 협회쪽은 “준비위의 한 인사가 서울 장안평 시장에서 유족 출품작과 거의 같은 위조 엽서그림의 엽서를 뭉텅이째 사갔다는 증언도 확보했다”며 수사를 촉구했다. 협회의 송향선 감정위원장은 “고발권은 없으나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면 모든 자료를 넘기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태성씨가 만든 이중섭문화예술진흥회는 24일 긴급회견을 열어 “근거 없이 유족들과 범죄단체의 연관설을 공개한 것은 범죄행위”라며 법적 소송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태성씨는 이 자리에서 “준비위 사람들과 만나 가져온 작품을 본 적은 있으나 기증제안은 거절했다”며 위조단 공모의혹의 근거와 이중섭 작품 감정 자료의 전면 공개 등을 협회쪽에 요구했다. 이어 “위조단 연루의혹을 수사할 경우 증언, 자료제출 등에도 협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태성씨는 앞서 22일 밤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고인의 일본 문화학원 유학시절과 원산 시절 작품들을 포함해 유족 소장품이 100점을 넘는다”고 밝히고, “7월안에 열릴 미공개작 50여 점의 전시를 시작으로 계속 미공개작 전시회를 열겠다”고 말했다. 갈데까지 간 진위논란의 최대 피해자는 유족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경매출품작들은 구입이 보류되거나 철회되었고, 다른 유족 소장품도 정상 유통은 거의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서울옥션쪽도 공신력에 결정타를 맞았다. 협회 만류를 무시한 채 유족 그림의 경매 출품을 강행해 위작시비를 자초한데다, 경매 당일은 물론 이후 유족들의 1차 해명회견 뒤까지도 협회의 가짜 판정사실을 외부에 숨겼다는 점에서 기업윤리를 저버렸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이호재 대표는 “화랑가에 경매사 ‘반대세력’이 많아 마찰을 줄이려고 알리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한편 진흥회쪽은 <물고기와 아이>를 비롯한 유족 위탁그림 8점을 26~28일 평창동 포럼 스페이스에서 공개전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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