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4.25 19:42
수정 : 2005.04.25 19:42
야외무대 장터삼아 신명 필칩니다
“지방의 마당극 공연집단이 중앙무대에서 이런 기획공연을 할 기회는 거의 없지요. 다시 못 올 기회로 여겨 그동안 저희들이 애써온 실험적인 작업들이 충분히 드러낼 수 있도록 모든 힘을 모으겠습니다. 관객들도 관찰자의 입장보다는 배우들과 함께하려고 하면서 관극을 하면 즐거운 공연이 될 것입니다.”
5월11일부터 28일까지 저녁 8시마다 국립극장 하늘극장 야외무대에서 ‘일곱 빛깔 무지개 마당극 축제’ 한마당을 펼칠 민족예술단 우금치의 류기형(42) 대표는 “요즘 서양 뮤지컬이 대단히 인기이지만 우리 민족 고유의 정서가 그대로 녹아있는 우리식 뮤지컬인 마당극의 신명에는 못 미칠 것”이라고 자신했다.
우금치는 지난 90년 전국의 대학 ‘탈반’ 출신들로 구성돼 충청도를 근거로 주로 현장공연으로 실력을 다져오면서 마당극 분야에서 최고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우금치는 이번 공연에서 91년 초연돼 90년대 초반 농민극의 살아있는 전설로 쳤던 <아줌마 만세>를 비롯해 효 마당극 <쪽빛 황혼>, 평화 마당극 <꼬대각시> 등 동학혁명부터 한국전쟁, 93년 쌀수입 저지투쟁에 이르기까지 한국 근현대사를 마당극 7편으로 비춰볼 예정이다.
“우리 마당극의 장점은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부분이죠. 마당극 출발 자체가 그런 우리 전통의 건강성을 기반으로 했는데 그동안 연희집단들이 그런 부분에 소홀했기 때문에 차츰 관객들로부터 멀어진 것 같아요.”
그는 80~90년대 전국적으로 전문단체만 25~30개에 이르렀던 마당극이 현재 10개 안팎으로 줄어들 만큼 대중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는 것에 대해 “우리 스스로가 우리 전통의 유용성을 찾아내 개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자탄했다.
그러나 그는 마당극의 발전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그는 98~99년쯤에 프랑스 아비뇽 연극제 관계자가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가면서 “왜 너희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무대 연극분야에서는 남의 것만 하고 있느냐? 한국적인 연극은 없느냐?”며 몹시 의아했다던 일을 들려주었다.
“그 말을 듣고 ‘아! 내가 하는 일이 맞구나’. ‘우리가 제대로 가고 있구나’. ‘우리의 정체성을 가진 한국적인 연극이 정말 필요하구나’. ‘우리 전통문화 속에 그런 충분한 자산이 숨어있구나’ 하는 확신을 갖게 되었어요.”
그는 “주제와 개성이 다른 7개 작품들을 2~3일 간격으로 2주일간 공연하는 일이 버겁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단원 17명이 지난해 127회 공연에서 120회 정도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들판이나 장터, 마을 공터 등 주로 야외현장 공연으로 치러낼 만큼 체력은 문제없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20대 후반부터 40대 초반의 ‘젊은 나이’인지라 술이 제일 우려된다”면서 “목소리에 지장을 주기 때문에 금주령을 내렸다”고 밝게 웃었다.
그는 “현재 우리 연극계를 주로 외국에서 공부한 분들이 주도하다보니 우리 것을 잘 모르는 것 같다”면서 “특히 마당극 분야에 전문 학자나 전문교육기관조차 없으면서 마당극의 발전을 꾀한다는 것 자체가 이해하기 힘든 현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02)2280-4114~5.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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