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과장된 성격의 등장인물들이 철자법 대회를 빙자해 빗나간 욕망과 편견, 깨진 가정 등을 시니컬하게 풍자한다. 조안 마커스 사진 제공
|
한국학생 과외병 실정 꼬집기도 5월을 앞두고 2004~2005년 시즌 뮤지컬 작품들의 윤곽이 모두 드러났다. 브로드웨이에서 시즌을 구분하는 기준은 매우 간단하다. 매년 6월에 있는 토니상이 기준이 된다. 올해는 유난히 이 토니상 마감에 맞추기 위해 몸부림을 친 작품이 하나 포함되어 있다. 바로 오프-브로드웨이에서 곧바로 브로드웨이로 진출한 <제 25회 풋남 마을 철자법 대회>(The 25th Annual Putnam County Spelling Bee)라는 긴 제목의 코믹 뮤지컬이다. 오프-브로드웨이인 세컨스테이지 극장에서 초연을 시작하자마자 뉴욕 공연계를 후끈 달아오르게 했던 화제의 뮤지컬이다. 오프-브로드웨이로부터 올라왔다는 점만 보자면 마치 <유린타운>이나 <에브뉴 큐>를 연상케 하지만 이 작품은 사실 준비된 거장들로 구성된 팀이다. 우선 작곡·작사를 맡은 윌리암 핀은 뮤지컬 <팔세토>로 1992년 토니상 작곡상을 받았고 연출을 맡은 제임스 라핀은 작곡·작사가 스티븐 손드하임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대본작가이자 연출가로 <숲속으로>, <일요일엔 공원에서 조지와 함께>, <열정> 등의 대본과 연출을 맡아 토니상과 퓰리처상 등을 수상했다. 특히 제임스 라핀의 연출은 현실과 동떨어진 듯한 꿈의 세계를 보여주는 것이 특징인데, 이번 작품에서는 동화적인 측면에서 철저하게 탈피하면서도 등장인물들의 상상 속의 꿈나라를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자신의 장기를 살짝 살짝 드러내기도 한다. ‘풋남’이라는 요상한 이름의 마을에서 초등학교 스펠링 대회를 개최하는데 결선까지 남은 학생들이 그야말로 문제 없는 애가 없는데다, 듣도 보도 못한 단어가 끊임없이 쏟아져 관객들을 웃긴다. 특히 동양인 캐릭터인 ‘마시 박’은 과외에 시달리는 한국 학생의 실정을 제대로 꼬집어 보여주어 감탄을 자아낸다. 이 작품이 브로드웨이에 진입한 속도는 브로드웨이에 오기까지의 시간이 짧았다는 <유린타운>이나 <에브뉴 큐>와는 비교도 안된다. 오프-브로드웨이에서 단지 석달 남짓 공연하고 곧바로 브로드웨이로 진출했다. 오프 브로드웨이의 화제작들이 최소한 일년 정도의 준비기간을 거치는 것과 비교하면 급해도 엄청 급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번 시즌에는 <스패멀럿>같은 흥행 성공작은 있어도 변변한 음악을 지닌 작품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윌리엄 핀이 몸담고 있는 NYU(뉴욕대학) 뮤지컬 창작과의 동료 교수들이 만든 <작은 아씨들>도 평이한 음악과 가사로 일관하고 있고, 음악으로 경쟁상대가 될 만한 작품은 코믹 뮤지컬 <더럽고 비열한 사기꾼들>의 데이빗 예즈백과 지극히 클래시컬하고 아름다운 선율을 보여주는 아담 구틀의 <피아자의 불빛> 정도다. 2004년과 2003년의 토니상은 오프 출신의 소자본 뮤지컬의 손을 들어주었고 그런 경향이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와 더불어 경쟁작들이 고만고만하니 제 2의 <에브뉴 큐>가 되기를 기대할 만도 하다. 올해 토니상이 어느 뮤지컬에게 작품상을 선사할 지는 알 수 없으나 윌리엄 핀의 이름만으로 작곡상을 주기에는 음악 자체가 살짝 함량 미달이라 올해 토니상은 걸작이 없는 가운데 난전을 치를 전망이다.
이수진·조용신 공연비평가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