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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28 21:06 수정 : 2005.04.28 21:06

말은 긍정·부정·물음·시킴·꾀임·느낌의 틀 안에서 논다. 그 중에서 ‘부정’은 힘을 많이 들이는 말이다. 말투는 단호하고 한정적이며, 겹부정을 하기도 한다. 여기서 단호함과 한정을 더하는 구실을 하는 말이 어찌씨(부사)다.

‘안 왔다, 못 간다’의 ‘아니/안·못’이 부정하는 어찌씨라면, 부정하는 풀이말을 이끄는 말(뜻을 한정하는 말) ‘은/는, 도’ 따위는 ‘도움토’다.

‘더는·이제는·다시는·이제부터는·지금부터는·앞으로는·이후는 …’ 들은 도움토 ‘는’이 붙어 뜻을 힘주어 한정하는 구실을 하는데, 그 쓰임이 탁월하다. 주로 지난 일을 딛고 다가올 일·시간을 전제하여 다짐하는 쓰임이다.

부정하는 서술어를 이끄는 어찌씨로는 ‘통·도통·절대·도저히·도무지·전혀·여간·그리·그다지·결코·차마·아무·누구도·아무도·아무것도 …’ 들이 있다. “더는 과장하지 말라, 다시는 말나지 말자, 모든 학생이 다 집에 가지는 않았다, 그다지 예쁘지는 않다, 절대 안 된다, 결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말을 전혀 못 알아 듣는다, 여간 바쁘지 않다, 차마 그렇게는 못 한다, …”

출렁출렁 깡충깡쭝 울긋불긋 … 들 시늉말, 낱낱이·일일이·촘촘히 들도 겹쳐서 말을 만든 대표적인 어찌씨들이다.

‘더·더욱·더더욱·더욱더·더욱이나 …’처럼 ‘같은 바탕 다른 세기’의 말들이 발달된 것을 보면 우리말이 썩 고급임을 알 수 있다.

“~ 더 이상 허용할 수 없다, ~ 더 이상은 안 된다 …”에서 ‘더 이상’은 유행을 넘어선 ‘익은말’이 되었다. 그 조합이 얄궂고 폭력적이기는 ‘더, 좀더, 한층 더’의 뜻으로 쓰는 변종이자 왜식말 ‘보다, 보다 더’에 견줄 만한데, 이들은 우리말의 저 ‘고급함’을 깎아내리는 구실만 한다.


최인호/교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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