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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사 |
문장들을 연결하고 그 관계를 밝혀주는 것이 접속사다. 문장은 동사를 중심으로, 각각 동사의 특성에 알맞은 명사구들이 합쳐져서 만들어진다. 영어나 도이치말에는 주어가 반드시 나타나야 하므로 ‘주어+동사’가 문장의 기본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주어가 자주 숨는 우리말은 겉보기에 동사 하나짜리 문장도 많다. “사랑해.” 영어는 명령문이 이런 형태를 보인다. “쏴라!”
“아침에 일어나서 낯을 씻고 밥을 먹고 학교에 간다”는 문장 넷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을 연결해주는 ‘-서’, ‘-고’ 등이 바로 접속사에 해당한다. 영어로는 쉼표와 앤드(and)가 쓰일 자리들이다. 여기서 보듯 접속사는 제가 연결해주는 두 문장 사이에 오는 것이 원칙이다. “내일 비가 오면 나는 못 간다.” 하지만 실제로 쓰일 때는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이 문장은 흔히 “나는 내일 비가 오면 못 간다”로도 쓰인다. 어찌 보면 오히려 이것이 더 널리 쓰이다시피 한다. 앞에서 이미 설명한 ‘상추쌈 구조’가 여기 나타나 있다.
영어는 우리말과 달리 접속사가 종속절 머리에 온다. 그러므로 두 문장 사이에 그것이 자리 잡으려면 종속절이 뒤에 와야 한다. “나는 못 간다, 만일(if) 내일 비가 오면.” 여기서도 사람들은 기본형을 바꾸어 쓰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만일 내일 비가 오면 나는 못 간다”가 아주 널리 쓰인다. 기본형보다 변형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버릇을 여기서 볼 수 있다.
다만 접속사가 우리말은 (보통 동사의 어미로) 종속절 마지막에, 영어는 종속절 앞머리에 반드시 따로 떨어져서 온다는 평범한 사실을 기억해두면 쓸모가 있다. “비가 와서 못 갔다” 하면 될 것을 “비가 왔기 때문에 나는 못 갔다”라고 번거롭고 이상한 문장으로 옮기는 일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인희/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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