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5.03 17:40
수정 : 2005.05.03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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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에서 처음 마주친 파브리치오와 클라라, 어머니인 마거릿 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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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내막’ 밝혀지며 긴장감 묘미
뮤지컬 〈광장의 불빛〉의 원작은 엘리자베스 스펜서가 쓴 동명의 소설로, 1967년에는 영화로도 만들어져 큰 인기를 모았다. 작곡가인 애덤 구틀은 이 작품에 담긴 인생의 딜레마와 거기에 담긴 매력에 이끌렸다. 특히 잔잔하게 진행되는 듯하면서도 점점 내막이 밝혀지며 긴장을 더해가는 드라마가 묘미다.
2차 대전이 끝난 뒤 딸 클라라를 데리고 플로렌스(피렌체)로 여행 온 마거릿 존슨은 그곳에서 파브리치오라는 청년이 딸과 사랑에 빠져, 매우 지적인 자신의 아버지까지 동원해 구애를 해오자 처음에는 못마땅해 하지만 둘의 결혼을 승낙한다. 하지만 혼인 서류를 작성하면서 파브리치오의 아버지는 스무 살인 아들에 비해 클라라가 여섯 살이나 많다는 걸 알게 돼 약혼 파기를 선언하자 마거릿 존슨은 클라라의 행복을 위해 파브리치오의 아버지를 설득해 마침내 두 연인은 행복한 결혼식을 올린다.
문제는 그게 다가 아니다. 클라라는 사실은 열살 때 조랑말에 머리를 차여 정신연령은 여전히 열 살인데다, 아이도 가질 수 없는 몸이다. 하지만 마거릿 존슨은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진실한 사랑을 딸이 경험하고 있다는 것에 안심한다. 그 자신도 남편과 한 사랑 없는 결혼에 지친 상태다. 때문에, 이 뮤지컬은 두 젊은이의 행복해 보이는 결혼으로 끝나지만 너무나 많은 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끔 한다. 사랑에 대해, 인생의 진실에 대해, 그리고 그 의미에 대해. 그리고 과연 이 작품이 해피엔딩인가조차도.
작곡을 맡은 구틀은 그 유명한 〈사운드 오브 뮤직〉을 작곡한 리처드 로저스의 손자로 이미 오프 브로드웨이 뮤지컬 〈플로이드 콜린스〉로 뉴욕의 뮤지컬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숭배에 가까운 인기를 얻고 있던 작곡가이며 이번 작품으로 그의 명성은 더욱 확고해졌다. 특히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오케스트라 편곡과 최근 어느 브로드웨이 뮤지컬에서도 만날 수 없는 아름다운 피아노 반주의 선율은 진정 이 작품이 ‘뮤지컬’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작품임을 말해준다.
대담하게 원형의 무대를 사선으로 분리하여 이동선을 만든 무대 디자인은 사실적이면서도 지극히 모던하여 풍부한 서정으로 가득 찬 연출과 딱 맞아떨어진다. 마거릿 존슨 역을 맡은 빅토리아 클라크는 올해 토니상 여우 주연상을 받기에 전혀 손색이 없고, 파브리치오의 아버지 역을 맡은 패티 커헤너는 왜 이 배우가 그동안 브로드웨이에 서지 않았는지를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자신의 배역에 완벽하게 어울리는 등 모든 배우들이 배역의 경중에 상관없이 완벽하다.
이수진·조용신 공연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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