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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03 17:48 수정 : 2005.05.03 17:48

2개팀 공연 7시간 봤다, 졸지 않았다

떼도적

지난달 29일 〈떼도적〉(8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의 막이 올랐다. 괴테와 함께 독일문학을 대표하는 실러의 작품이다. 장민호, 신구, 오순택 등 국내 최고의 현역 원로들과 주진모, 이상직 등 흡입력 있는 중견들로 두 출연진이 짜이며 화제만발했다. 게다가 5막15장의 원극이 알짬 단막으로만 소개되어 오다 이번에 처음 장막극으로 국립극단(이윤택 예술감독)에 의해 만들어진 것.

29일과 1일 각기 두 개팀의 공연을 지켜봤다. 대략 합쳐 7시간, 졸지 않았다. 아직도 맴도는 ‘말’로 작품을 되돌아봤다.

△“이 포악한 세상을 더 포악한 짓으로, 국법을 무법으로 뜯어고치려 했다”(카알)=카알은 권력지향적인 동생 프란츠의 음모로 아버지 모르 백작한테서 버림받은 뒤 도적떼의 두목이 되지만 동생의 계략을 알고 복수한다. 도적떼를 이끌고 부패한 권력과 종교를 벌하지만 그 사이 죄 없는 부녀자와 노인도 죽는다. 종국엔 아버지와 애인 아말리아도 잃고 울부짖는다. 이상과 현실, 자유와 질서 사이의 투쟁이 울림 있는 시가 되어 귓불을 때리지만, 지나치게 호흡 긴 대사는 꼬이기 일쑤다. 특히 1일 ‘젊은팀’.

△“아이오~ 아이오~”(가면을 쓴 군도들) =이윤택 감독이 꾀한 “가장 한국적인 〈떼도적〉”의 고갱이다. 도적떼는 모두가 탈을 쓴 채 탈춤의 걸음걸이 등 하늘대는 듯 힘찬 몸선을 집단적으로 그린다. 전통춤, 정가, 판소리 따위가 채용된 것. 20여 도적들이 각본상 79명 군도의 힘을 보이고자 할 때, 장면 전환을 꾀할 때, ‘얼쑤, 얼쑤’ 하듯 범패에서 따온 흥얼거림과 함께 춤사위가 이어진다. 거문고, 해금 등이 무대에서 직접 연주된다. 깊이 있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슈바르츠가 정가를 부를 때 29일 관객은 계속 키득거렸고, 1일 관객은 ‘뻘쭘’해 했다.

△“난 너무 화가 나서 여기서 잠시 기절하겠다”(카알)=극 전반에 해학을 적절히 버무린 게 두드러진다. 3시간 남짓을 버티게 하는 힘이다. 행간에 감춰칠 대사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캐릭터에 대한 모독처럼 보일 만큼 당혹스럽다가 차츰 인간의 이중성, 허위의식이 조각나는 맛도 느껴진다. 모르를 맡은 장민호와 김재건의 능청이 맛깔스럽다.

△“정말 절 안 도와주실 겁니까?!”(이 감독)= 연습 중에 이렇게 소리치곤 했단다. 70~80대로 면면이 한국 현대연극사를 증거하는 배우들을 다그쳐야 한 탓일까. 29일 무대에서 노익장은 대단했다. 그러나 경사진 세트를 오르내리는 노년의 프란츠와 카알 대신 관객이 먼저 숨가빴다. 오래 전 강렬한 눈빛으로 무대를 제압했던 오순택씨의 대사가 간혹 랩처럼 들릴 땐 할리우드와 브로드웨이에서 맹활약하다 33년 만에 국내 무대에 선 반가움과, 연기와 대사가 유리되는 아쉬움이 끊임없이 엇갈렸다. (02)2280-4115.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촌티’ 업그레이드 상시공연 가능성 보여줘

창작뮤지컬 ‘행진!…’ ‘달고나’

학창시절의 열정과 사랑, 청춘기의 희망과 좌절을 그려 70·80세대의 향수를 자극했던 서울뮤지컬컴퍼니(대표 김용현)의 뮤지컬 〈행진! 와이키키 브라더스〉와 PMC프러덕션(공동대표 송승환 이광호)의 〈달고나〉가 지난달 넷째 주말 나란히 무대에 올랐다.

두 뮤지컬은 지난해 국내 공연계에 몰아닥쳤던 ‘70·80의 복고풍’ 바람에 힘입어 초연돼 창작뮤지컬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나타냈으나 이번 재공연 무대에서는 한층 업그레이드돼 창작뮤지컬의 상시 공연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동명의 영화를 뮤지컬로 만든 〈와이키키…〉는 작가 및 연출가 이종원, 안무 이영란의 기존 스태프에 음악감독 장소영, 편곡가 황규동 등이 가세해 뮤지컬 넘버 전체를 다시 편곡하고 15인조 라이브 밴드의 악기 편성에 힘을 기울인 탓인지 음악에 생동감이 묻어나왔다. 특히 2막에서 주인공 성우가 현실에 타협하는 과정과 정석이 여자문제로 갈등을 겪는 장면 등을 과감하게 줄여 원작의 무게를 덜면서 극의 진행에 속도감이 붙었다. 코러스 20명을 공개 오디션을 통해 다시 뽑아 지난 공연과는 달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의 넓은 무대를 효과적으로 활용한 것도 짜임새가 있었다.

그러나 주역들의 가창력과 코러스의 안무가 돋보이지만 가수 이정열은 폭발적 가창력에 비해 좀더 리얼한 연기가 떨어져 아쉬웠다. (02)3141-1345.

PMC 대학로 자유극장 무대에 올려진 〈달고나〉는 소극장 뮤지컬답게 매우 정교하면서 아기자기한 무대세트, 작은 소품과 ‘촌티’ 패션을 이용한 배우들의 싱그러운 안무가 인상적이었다.

두번째 공연답게 〈라이어〉의 연출가 이현규가 합류해 프로듀서 김종헌과 작가 오은희, 음악감독 구소영, 안무 서정선이 올 초부터 출연자 11명 모두를 물갈이하는 등 석달간 업그레이드 작업을 한 성과가 눈에 띈다. 세우와 지희의 주변 인물들의 캐릭터와 스토리를 강화했고, 기존 가요에다 〈꽃과 어린 왕자〉 〈여행을 떠나요〉 등 경쾌한 가요와 고무줄 메들리를 추가해 관객들의 공감대를 자극하려고 애썼다.

그럼에도 빠르고 경쾌하게 진행되던 전반부에 비해 주인공 세우의 군입대 뒤 광주항쟁과 신군부 태동의 과정, 학생시위, 영화 〈그 겨울의 지나〉 촬영과정 등이 지나치게 늘어지면서 극의 진행과 분위기가 느슨해진 느낌을 준다. (02)739-8288.

정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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