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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세기 |
요 몇 해 가슴 저리게 하는 말이 ‘일자리’다. 사람입국 일자리위원회, 국회와 각 시·도 일자리창출 특위, 일자리 10만 개 만들기, 노인 일자리 마련 캠페인, 일자리 없는 경기회복, 일자리 정보, 일자리 박람회, 투자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 ….
일꾼들에게 ‘일거리’가 없는 건 비극이지만, 저토록 ‘일자리’ 만들기와 외기에 열심이니 말 이상의 좋은 열매를 맺을 터이다.
모든 이름 있는 사물은 이름 자체를 하나치(단위)로 쓸 수 있다. 사람·말·되·학교·집·해·달·그릇·병·잔·자루·뿌리·가지·책 …들이 숫자말 뒤에서 하나치로도 쓰인다는 말이다.
다만, 짐승이나 풀·나무, 각종 물건, 공산품 등 굳이 수효를 세어서 거래하거나 일컫는 사물은 마리·포기·그루·대·채·자루·기 … 따위 단위말이 따로 발달해 쓰인다. 그런데 그 틈새로 돌멩이·빵·과자 따위에나 붙여 쓰던 ‘개’(個)가 끼어들어 단위말들을 잡아먹거나 겹쳐서 쓰게 한다.
일자리 역시 ‘일자리’ 또는 ‘자리’가 단위다. 그러니 ‘10만 일자리 만들기, 일터 10만 자리 만들기’나, 자리가 ‘곳’을 뜻하니 ‘일자리 10만 곳 만들기’가 적절한데, 이 정도는 약과다.
△3개 영역 →세 영역 △13개국 →열세 나라·13국 △9개도 →아홉 도·9도 △13개소 →열세 곳·13곳 △100여개 기업 →기업 100여 곳·100여 기업 △23개 학교 →스물세 학교·학교 23곳 △334개 시민단체 →시민단체 334곳·334 시민단체 ….
통상 숫자는 일·이·삼·사·오 …로 읽는데, 한자말 단위와 잘 어울리고, 때로는 단위말을 바로 연결하는 걸 꺼려 ‘개’를 개입시키는 것을 본다. 아라비아숫자가 편리하나 고유한 단위말을 쓰는 데서는 걸림돌이 된다.
최인호/교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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