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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씨의 디지털 문신 이미지 연작인 <위(We)-스타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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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문화… 가짜 살갖 위의 문신 작업으로 알려진 작가 김준씨가 훌렁 벗은 남녀들의 아랫 도리에 온통 문신을 입힌 파격적 작품들을 내놓았다. 29일까지 서울 안국동 사비나 미술관에서 열리는 근작전 ‘타투유’에는 알몸의 남녀가 서넛씩 무리지어 하반신에 정치·경제·대중문화의 상표적 이미지들을 입힌 디지털 작업들이 등장한다. 머리와 가슴 부분은 빼고 배와 허벅지, 다리만 드러낸 채 서로 마주보고 선 디지털 인간들의 문신에는 열린 우리당 로고, 아디다스 같은 스포츠 상표, 삼성, 스타벅스 같은 대중적 아이콘들이 묻어있다. 부푼 모조 살가죽에 여러 형태의 문신 작업을 해온 작가 김준씨의 이 근작들은 기존 전시보다 더욱 직설적이다. 사람 피부를 본뜬 가죽면에 실제 문신기법으로 작업해온 그는 이번에 작업의 다른 한축이었던 디지털 영상 작업을 결합시켜 가상의 문신인간을 만들었다. 사회적 금기인 문신의 소재를 정치, 사회적 아이콘으로 확대해 한국 사회의 집단의식, 조직 논리 등을 비꼬는 풍자로 읽을 수 있지만 그것은 피상적인 분석일 뿐이다. 작가의 속내는 마치 싸구려 비닐조각 같은 등장인물들의 조악한 피부 질감에서 비로소 확인된다. 평론가 이태호씨의 지적처럼 사람의 몸은 그저 ‘푸석한 느낌의 화폭’이 되는 것이다. 2층 ‘타투레스’ 공간에 나온, 싸구려 비닐에 채색하듯 핸드백 가죽 등의 각종 무늬를 입힌 몸의 이미지가 이런 측면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무엇보다 작가의 재기가 엿보이는 부분은 2층 구석에 있는 비디오 설치작업이다. 마치 굳은 주검의 막대 같은 팔과 발목 등에서 거품이 피어오르듯 몽우리가 나타났다가 펑 하고 터지면서 이들 팔, 발목은 내동댕이쳐진다. 디지털 조작으로 피어난 삭막한 인공피부의 세계를 주물럭거리면서 그가 더욱 강조하려는 것은 무엇일까. 문신 애호가들이 말하는 표현의 자유 같은 메시지를 넘어 작가는 문신 무늬를 뜰 때 연약한 몸과 상처를 내며 들어서는 무늬 새김 사이의 물성적 갈등, 긴장을 힘주어 말하려 한다. 몸과 의식, 표현욕망 사이의 경계를 이야기하자는 셈인데, 더욱 다양한 몸의 담론을 이끌어 내려는 야심으로도 읽힌다. 작가는 “디지털과 문신은 의식과 삶의 여러 경계들을 쉽게 건드릴 수 있다는 점이 좋다”고 말한다. (02)736-4371.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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