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5.10 18:50 수정 : 2005.05.10 18:50

유전(油田) 게이트 검찰이 명예를 걸고 파헤쳐라.(ㅈ일보)

일반의 상식대로 ‘게이트’(gate)에는 문·입구, 길삯을 받는 곳, 배나 비행기 타는 곳, 수문·갑문, 스키장 기문 따위 여러 뜻이 있으므로, 상식 수준인 이들은 ‘유전 게이트’라면 ‘유전으로 드나드는 문’ 정도로 알 터이다. 그러나 이는 최근에 불거진, 철도공사의 러시아 유전개발 사업 의혹사건을 이르는 말이다.

이땅 언론에서 ‘게이트’를 이처럼 의혹·독직·부정행위 뜻으로 쓴 것은, 국민의 정부 시절에 불거진 국정원 김아무개 차장의 각종 비리개입 의혹을 시작으로, 정아무개·진아주개·이아무개씨 비리사건을 ‘3대 게이트’라고 한 때가 아닌가 성싶다. 이제 ‘게이트, 곧 비리사건’처럼 됐으니, 요즈음 서울시의 ‘하이 서울 페스티벌’ 못잖은 꼴불견이다.

이 말은 본디 미국 제3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1972년 6월17일에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재선을 꾀하는 공화당원들이 워싱턴의 ‘워터게이트’(Watergate)란 빌딩 6층 민주당 본부 사무실에 몰래 들어가 도청장치를 하려다 들키는 바람에, 그 나라 하원 법사위원회에서 대통령 탄핵을 가결해, 닉슨이 1974년 8월9일에 사임한 사건을 ‘워터게이트 스캔들’이라고 한 데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비리나 의혹, 독직 따위의 뜻은 ‘게이트’가 아니라 ‘스캔들’인데, 우리나라 얼치기 지식인들이 “뇌물 주고받기, 사기행위, 직무유기, 공금횡령, 성폭행 …” 따위 ‘추문’을 사실대로 표현하지 않고 싸잡아 사람이나 사건의 이름을 앞세워 ‘○○게이트’라고 얼버무리면서 제멋에 겨워하지만, 실은 무식을 드러내면서 사실을 덧칠해 독자의 알권리를 짓밟는 우스꽝스런 일이다.

이수열/국어순화운동인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