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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건적 가부장제도에 짓눌렸던 동아시아 여성은 근대 이후 비로소 역사의 전면에 등장했다. 1910년대 이화학당 대학부의 교수와 학생들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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⑫ 동아시아 여성운동 나혜석 등 7명 별도 칼럼으로 다뤄
‘위안부’ 여성인권 문제로 바라봐
‘피해자-자아실현’ 전쟁 영향 두루 살펴
한‥중·일 여성사 따로 서술하지 않아 한중일이 함께 쓴 <미래를 여는 역사>에는 여성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별도 칼럼으로 소개된 20여명의 역사적 인물 가운데, 여성이 7명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나혜석·정종명, 중국의 천톄쥔·허샹닝, 일본의 히라쓰 가라이초·가네코 후미코 등이 사회개혁가 또는 여성운동가로 소개됐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강덕경 할머니의 삶도 여성인권운동의 시각에서 다루고 있다. <미래를 여는 역사>의 ‘여성주의적 관점’은 다른 역사 교과서와 구분된다. 한국·중국의 현행 중학교 역사 교과서는 근현대 여성의 역사를 따로 서술하지 않는다. 한국의 경우, 고등학교 선택과목인 근현대사 교과서에 관련 내용이 소개된 정도다. 역사서술의 ‘다양성’ 측면에서 한국·중국보다 한발 앞서 있는 일본 교과서는 근현대 시기 여성이나 어린이 등에 대한 별도의 칼럼 등을 두고 있지만, 한국·중국 등 식민지 여성에 대한 관심은 뒤로 밀려나 있다. 여성이 근대 이후 사회 전면에 등장한 것의 ‘역사적 의미’는 ‘남성 중심사’ 또는 ‘자국중심사’의 경계 밖으로 밀려나 있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미래를 여는 역사>는 역사 교과서의 ‘미래상’을 웅변한다. 민족국가의 경계를 넘나드는 동시에, 여성의 시각으로 근현대를 바라봤기 때문이다. 이 성취는 결코 가볍지 않다. 서구 유럽 또한 마찬가지였지만, 특히 동아시아 전근대사에서 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참혹한 것이었다. 근대 이후의 각종 교육과 계몽으로 인해 비로소 여성이 역사의 전면에 등장했다. 공동교과서는 그 역사적 의의에 걸맞게 동아시아 근현대사의 중요한 축으로 여성을 다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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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일본이 2차 대전 당시 여성을 총력전 체제에 편입시킨 사실에 대한 서술은 <미래를 여는 역사>의 특장이 가장 잘 드러난 대목이다. “일본은 전쟁 당시 (자국) 여성에게 … ‘전쟁을 위해 인간재료’를 대량생산하는 군국의 어머니와, 부족한 남자를 대신하는 산업전사라는 역할을 부여했다”고 적었다. 전쟁이 여성의 삶에 미친 영향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반영돼 있다. 그러나 이 총력전 체제로 인해 “선거권도 없이 가사와 육아에 얽매여 있던 여성 중에는 사회활동 무대가 주어져 삶의 보람을 느끼는 사람도 있었다”는 점도 덧붙였다. 곧이어 “일본의 여성운동 지도자 대부분이 왜 침략전쟁에 협력했는지를 다양한 각도에서 생각해 보자”는 토론과제를 내놓는다. 반전과 여성 문제를 통합적·비판적으로 생각하도록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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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교과서 집필위원인 문주영 교사(서울 신도봉중)는 “집필 초기부터 여성주의적 관점을 지키려 애썼고, 이 때문에 세 나라 집필위원진에 한 명 이상의 여성 연구자들이 합류했다”며 “다만 바쁜 일정에 밀려, 동아시아 여성사를 시기별·국가별로 일관된 관점 아래 집필하고 이를 서로 철저히 점검하는 절차를 거치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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