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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16 17:08 수정 : 2005.05.16 17:08

미술품 장식제도 개선을 둘러싸고 문화부와 미술계, 또 미술계 내부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 광화문 흥국생명 빌딩 앞에 세워진 조나단 보로프스키의 조형물 ‘망치질 하는 사람’. <한겨레> 자료사진

“미술시장 죽이기”

“공공미술 살리기”

연면적 7000㎡의 건물을 신축·증축할 경우 총공사비의 0.7%를 미술품 설치에 쓰도록 한 건축물 미술 장식제도 조항의 개정안을 놓고 문화관광부와 미술단체들 사이에 갈등이 일고 있다. 문화부가 이달 초 건축물 미술 장식제를 국가·지자체 공공미술위원회 중심으로 감독, 관리하도록 공공성을 강화한 문예진흥법 개정안을 1년여 간의 여론 수렴 끝에 내놓자 미술협회 등 보수 성향의 미술 단체들은 ‘미술 시장 죽이기’라며 연대해 반대운동에 나섰다. 지난 12일 경복궁 옛 국립 중앙박물관 강당에서 열린 개정안 공청회에서는 미술인들 사이에 찬반이 갈려 고성 섞인 논란도 벌어졌다.

개정안은 건축주가 자기 건물에 미술품을 직접 설치하는 방식 외에 총건축비 대비 0.7%의 기존 조항보다 할인된 비율로(구체적 비율은 대통령령으로 추후 지정) 공공 미술기금을 내거나 시·도 지사에게 설치 대행을 의뢰하는 방식을 고르도록 했다. 이 기금으로 공원, 광장 등에 공공 미술작품을 설치한다는 것이다. 또 문화부 산하에 공공미술 진흥위원회를 두어 공공미술 정책과 설치작품의 감리, 작품 제작·단가·작가 정보 등의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을 맡기고, 시·군에 있는 현행 미술장식심의 위원회 대신 광역 시도 단위의 공공미술 위원회를 신설해 미술품, 건축, 공간 디자인 등을 심의하도록 했다. 현행 제도가 건축주와 중개상, 작가들의 금전적 야합으로 리베이트나 꺾기 등 편법 아래 저질 조형물 남발, 작가 의식 저하 등을 낳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미술인 회의 등 진보 성향 미술단체들은 개정안을 반기고 있다.

반면 미술협회, 화랑협회, 전업미술가 협회 등은 최근 공공미술협의회(이하 공미협)를 결성해 반대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대행의뢰제와 직접 설치와 할인된 기금 출연 가운데 선택하는 옵션제 등이 도입되면 한해 700억원에 이르는 장식물 시장의 지분을 깎아먹어 작가 생존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논지다. 시·도지사에 설치 대행을 의뢰할 경우 힘없는 중개업자나 작가들은 경쟁 상대가 안된다는 점 등도 우려한다. 운영기구인 ‘공공미술진흥위원회’, ‘공공미술위원회’에 대한 거부감 또한 강하다. 심의, 감리 등 권한이 집중되면서 자칫 위원회가 줄서기를 강제하고 비리의 근원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미술협회 한 회원은 “제도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지 않고 장식물 제도를 시행한 정부가 원죄를 지고 있다”면서 “개정안은 공공미술 재원을 민간에 떠맡기려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개정안을 지지하는 미술기획자 ㄱ씨는 “개정안에 반대하는 미술인들은 미술 장식제도를 공공미술 차원이 아니라 미술 시장이라는 측면에서만 보고 있다”면서 “미술 장식제도가 사회적 구실을 하지 못해 재계, 건축계 등에서 끊임없이 무용론이 제기된 현실부터 성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부쪽은 지자체, 건축주를 상대로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추가수렴한 뒤 하반기 정기국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그러나 공미협은 대체 법안 상정을 검토중이어서 국회에서 표 대결을 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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