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5.18 16:29
수정 : 2005.05.18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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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습씨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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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습씨 ‘묻지마’ 전시회 31일까지 대안공간 ‘풀’
조습씨와 옥정호씨는 2000년대 이후 참여 미술의 새 출구를 모색해온 미술판의 젊은 작가들 사이에서 나름대로 독특한 해법을 고민해온 이들이다. 사회적 고정관념과 폭력성 따위를 특유의 연극적 상황으로 설정하는 퍼포먼스식 사진 작업이 그것인데, 영상의 대중매체적 속성과 사회비판적 메시지가 얽혀들면서 울림을 주곤 했다.
조씨와 옥씨가 나란히 개인전을 열고 있다. 서울 관훈동 대안공간 풀(02-735-4805)에서 31일까지 열리는 조씨의 기획초대전 ‘묻지마’와 인사미술공간(02-760-4721~3)에서 29일까지 열리고 있는 옥씨의 초대전이다.
조씨의 개인전은 일상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겪는 폭력적 양상을 줄거리 사진 식으로 만들어 왔던 작업의 반경을 한국 근현대사의 여러 사건들로 확대시킨 점이 눈에 띈다. 그는 신디 셔먼의 자화상 연출 사진을 희화화한 것처럼 인천 상륙작전, 4·19혁명, 도끼 살인범 김대두 사건, 박정희 피격, 광주항쟁, 박종철 열사 고문 사건 등의 가상 현장에 주인공으로 뛰어든다. 박정희 피격 당시의 궁정동 만찬을 발가벗은 알몸의 남자들과 여성이 벌이는 룸살롱처럼 꾸민 것이나, 5·16쿠데타 주역들의 등장 배경을 전투적인 노래방 놀이 장면처럼 처리한 것은 묵직한 역사적 진실이 현재 일상 속에서 기묘한 관습과 기억으로 변질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블랙 코미디적 상황 연출은 전체적으로 도식적 풍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아쉬움도 있다.
옥정호씨 초대전 29일까지 ‘인사미술공간’
옥씨의 개인전은 한국 사회의 거대한 기념물들을 영상과 스크랩, 합성사진 등으로 조소한다.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을 없애는 카퍼필드식 마술쇼를 영상으로 틀기도 하고 곳곳에 있는 유관순 열사 동상 앞에서 여신의 복장을 한 여자가 ‘호호호’ 팻말을 들고 눈길 끌기를 하는 모습 등이 등장한다. 권위적 기념물이 과거의 정치적 의미를 잃고 의미 없는 덩어리로 변한 현실을 꼬집으려는 의도는 참신하지만 장난스런 재기가 지나쳐 메시지가 화면에 묻히기도 한다.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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