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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19 16:39 수정 : 2005.05.19 16:39

18일 오후 서울 한양대 노천극장에서 열린 ‘사운드페어2005’에 참가한 한 대학생 밴드가 공연을 펼치고 있다. 황석주 기자 stonepole@hani.co.kr



한양대 ‘공작소’ 첫 록페스티벌 ‘사운드데이 2005’

그들의 대학 축제엔 잘나가는 연예인이나 욕심나는 경품은 없다. 대학생끼리 판을 만들고 동아리와 인디 밴드들의 아우성만으로 채웠다. 그래도 충분히 신나게 오후 5시부터 자정을 넘길 때까지 지칠 줄 모르고 놀이판은 이어졌다.

“상업화되는 축제 문화를 바꾸고 동아리 밴드 분위기도 띄우자”며 한양대 동아리연합회 회원을 중심으로 뜻맞는 11명이 꾸린 ‘지하공작소’(소장 엄주일, 전자전기공학 4년)의 작품, 첫번째 록페스티벌 ‘사운드페어 2005’는 이렇게 지난 18일 서울 한양대 노천극장을 ‘점거’했다. 10년전 처음 열린 영남대에 이어 두번째로 대학생들이 꾸리는 록페스티벌이다. 영남대 페스티벌은 ‘대중화’돼 요즘엔 동아리 밴드 보다는 자우림 등 잘 알려진 그룹들이 많이 참여한다고 한다.

‘공작소’는 능동적으로 문화를 창조하는 공간이라는 의미와 ‘공작’에 ‘소’를 합친 상상 속의 동물 이렇게 두 가지를 함께 뜻한다. 이들은 올해 초부터 기획에 들어가 각 대학 200여개 음악 동아리에 행사를 알리고 후원자를 찾아 이리저리 뛰었다. 기업 쪽 도움을 받는 건 실패했지만 한양대학, 음악월간지 <핫뮤직>, 공연기획사 상상공장이 ‘구원투수’가 돼줬다. 50여개 동아리 밴드 가운데 2차 예선을 거쳐 이번 무대에 설 10개를 추려냈다.

“합숙하고 밤 새워 연습했다”며 무대에 오른 고려대 ‘1905팀’은 ‘디어’ 등 창작곡 2곡으로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랩을 맡았던 윤재광(통계학과 2학년)씨는 땀이 송글송글 맺힌 얼굴로 무대를 내려와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아쉽지만, 동아리끼리 교류하고 같이 어울릴 수 있어서 뜻 깊었다”며 숨을 골랐다. 레게머리를 땋아 묶고 무대를 껑충껑충 뛰어다닌 홍대 ‘서브스텐셜’의 보컬 김창한(프로덕트 디자인과 4년)씨는 “다양한 음악을 접하고 주관적인 취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노랗게 염색한 ‘폭탄 머리’를 가리키며 “이거 가발 아니다”라고 말문을 연 건국대 ‘옥슨2005’의 박지원(디자인학부·20)씨는 거친 록인 ‘불놀이야’를 부드럽게 바꿔 불렀다. “객석에 100여명 정도밖에 없어 썰렁하지 않냐”고 물으니 같은 팀의 임종욱(영화예술·20)씨는 “록페스티벌이 별로 없고 가요제도 나가봤자 참가팀끼리 놀기 일쑤”라며 “이 정도면 관객도 많이 온 것”이라고 말했다.

띄엄띄엄 앉아 지켜보던 학생들도 인디밴드 ‘노브레인’의 이른바 ‘불대갈’ 이성우(보컬)씨가 무대로 뛰어올라 ‘스탠드 업 어게인’을 부르며 분위기를 띄우자 50여명이 앞으로 달려 나갔다. 객석에 앉아 발장단을 맞추던 정명인(응용미술 2년·19)씨는 “록을 찾아 듣는 편은 아니지만 이렇게 흥겨운 열기가 좋다”며 “연예인이 많이 나오는 다른 축제 공연과는 달리 다른 대학 학생들의 솜씨를 보는 것도 재밌다”고 말했다. 심사위원을 맡은 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씨는 “‘대항’문화의 의미를 살리고 ‘청춘의 에너지’를 회복해 한판 거나하게 벌여보겠다는 차원에서 의미있는 무대”라고 평가했다.

밤 10시께가 돼서야 시작된 시상식에서는 항공대 ‘활주로’팀이 1등을 차지했다. 180㎝를 훌쩍 넘어 보이는 이 팀의 보컬 유지현(통신과 2년·20)씨는 소맷자락으로 눈물을 훔쳤다. 2등은 ‘옥슨2005’와 중앙대 ‘블루드래곤’에게 돌아갔다. 시상식에 이어 ‘이한철 밴드’ ‘울트라컨디션’ ‘머머스룸’ ‘올드피시’ 등 인디밴드들이 잇따라 무대에 올랐다. 이미 날은 넘겼지만 무대 앞에 몰려든 학생들은 ‘앙코르’를 외쳤다.


지하공작소의 ‘공작’은 이번 ‘한탕’으로 끝나지 않는다. 홍보를 맡은 이서영(실내환경디자인 2년·21)씨는 “이번에 출전한 5개팀과 인디밴드들을 묶어 오는 9월에 한 차례 더 공연하고 앞으로 매년 이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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