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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 동안 무대분장·의상 디자이너로 활동해온 손진숙씨가 대학로에 있는 그의 지하 작업실에서 최근 그가 염색한 무대의상용 옷감을 펼쳐보이고 있다. 강재훈 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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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선 전문가로 대접
“여기선 차마 못권할 일” “심 선생께서 국내에는 무대 분장을 전문적으로 하는 이가 드무니까 그쪽으로 길을 찾아보라고 하시더군요. 그러면서 일본에는 옛날부터 가부키나 노처럼 분장 기술이 잘 발달됐기 때문에 배울 것이 많을 거라고 하셨어요. 그 말씀이 20여년 간 무대 분장과 의상 디자인의 길을 걷도록 부추긴 셈이 됐죠.” 1984년 29살의 나이로 일본 유학 길에 나선 그는 도쿄에 있는 분장학원에서 무대분장과 무대 의상을 3년간 배운 뒤 귀국했다. 그는 1987년에 압구정동 현대극장 무대에 올린 박재서 작, 김태수 연출의 <사랑산조>에서 무대 분장 디자이너로 데뷔했다. 그러나 당시 연극계에는 무대분장의 개념이 확산되지 않아 주위에서 간혹 “배우를 보이는 것이 아니라 분장을 보이게 한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안되겠다 싶어서 1989년 무대분장 발표회를 처음 열었죠. 워낙 생소한 분야인지 엄청난 화제를 모았어요. 모든 잡지나 신문에서 모두 인터뷰를 해왔어요. 처음으로 무대분장 디자이너라는 이름을 알린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는 그뒤 김철리, 채승훈, 오태석씨 등과 함께 작품을 하면서 파격적인 무대분장과 의상 디자인 실험작업을 꾀해왔다. 그가 가장 기억나는 의상은 오태석 연출의 <춘향전>에서 한지로 만든 옷을 꼽는다. 여러번 입어야 하기 때문에 천에다 종이를 붙여서 만드는데 재단이나 손질하기가 대단히 힘들었단다. “외국에서 분장 디자이너나 의상 디자이너가 전문가로 대접받고 있어요. 제자를 두고 싶지만 저 같은 처지를 생각하면 앞날이 안보이니까 차마 권하지 못하겠어요.” 그는 오는 6월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될 오태석 연출의 <물보라>에서는 무대분장을, 7월에 세종문화회관 서울시뮤지컬단의 <어린왕자>에서는 의상디자인과 무대분장을 맡을 계획이다. 글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강재훈 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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