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담론에서 금기시됐던 성 전환과 성 정체성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이런 프로그램들이 많이 만들어져, 성적 소수자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사라지는 세상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윤영미 기자 young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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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정체성 문제 다룬 프로들 사회 편견 깨는 디딤돌 되길 |
벨기에 영화 <나의 장미빛 인생>에서 남자로 태어났지만 여자의 삶을 동경하고 지향하는 ‘예쁜 소년’ 루도빅과 그의 가족은, 소년의 성 정체성 혼란 때문에 숱한 갈등과 애환을 겪는다.
지난 21일 방송된 에스비에스의 <그것이 알고 싶다> ‘타고난 성을 거부하는 아이들-10대 트랜스젠더’편과, 11일 방영된 한국방송 2텔레비전의 <추적 60분> ‘세상에 두 번 태어나는 사람-나는 트랜스젠더다’편은 성 정체성 문제가 비단 영화 속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실제 상황’이란 점을 잘 보여주었다.
‘10대 트랜스젠더’편에서는 당사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성 정체성 혼란을 겪는 청소년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전했다. 성 전환 수술을 간절히 원하는 아이, 수술을 원하는 건 아니지만 신체적인 성과는 반대로 인식하고 행동하는 아이, 여자로 태어났지만 가슴이 혐오스러워 떼어내고 싶어하는 아이 등 성 정체성을 둘러싼 청소년들의 고민이 다양하게 드러났다.
‘나는 트랜스젠더다’편에선 최근 자신이 성 전환자라고 공개한 신인 여가수 류나인,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 전환 수술을 받은 시인 이문기씨, 이태원 유흥업소에서 일하고 있는 성 전환 여성 등 여러 명의 성 전환자들이 나와 자신들이 성 전환을 할 수밖에 없었던 사연과 성 전환자를 바라보는 사회의 편견에 대해 들려줬다.
이들의 생생한 절규는 평소 성 전환자를 부정적으로 여겨온 사람이었다 하더라도 성 전환자들의 고민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기에 충분했다. 방송이 나간 뒤 이 프로그램들의 시청자 게시판에는 “성 전환자들에게 편견을 가졌었는데 어느 정도 그들을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는 글을 올린 시청자가 많았다.
특히 이 프로그램들이 돋보인 점은 성 정체성 문제를 당사자뿐 아니라 주변에서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는 사례를 통해 우리 사회가 이들을 감싸안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는 점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남자의 몸으로 태어났지만 어릴 적부터 스스로를 여자라고 생각하고 행동해 온 17살 ‘민혁’(가명)의 문제를 학교 선생님들의 열린 사고로 풀어나가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전문가들의 조언을 듣고 민혁의 문제를 정확히 이해한 교장선생님이 민혁의 성 전환 수술을 적극 주선하고 부모와 친구들을 설득하는 데 앞장선 것.
<추적 60분>도 사랑하는 사람이 남성의 몸을 가진 여성이라는 사실을 알고서도 연인의 고통을 함께 나누며 용기를 주고, 연인의 가족들에게 성 전환 수술의 불가피성을 설득하는 남성의 사례를 담았다.
우리 사회의 담론에서 금기시됐던 성 전환과 성 정체성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이런 프로그램들이 많이 만들어져, 성적 소수자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사라지는 세상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윤영미 기자 youngmi@hani.co.kr
우리 사회의 담론에서 금기시됐던 성 전환과 성 정체성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이런 프로그램들이 많이 만들어져, 성적 소수자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사라지는 세상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윤영미 기자 young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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