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5.25 20:59
수정 : 2005.05.25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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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구씨의 92년 작 <수몰지의 늦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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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 ‘촌부’ 의 고달픈 현실을 보라
쌀 부대나 소반 위에 농촌 현실을 그려온 농민화가 이종구씨가 과천 국립 현대미술관에 흐뭇한 회고 전시 마당을 차렸다. 7월14일까지 열리는 2005년 ‘올해의 작가’ 선정 기념전이다.
80년대 참여미술 운동의 주요 작가로 활동해온 이씨는 특유의 극사실적인 필치로 농토와 촌부의 고달픈 현실을 일관되게 묘사해왔다. 90년대 이후 미술운동 지형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그의 신토불이 미학은 직설적 묘사에서 이 땅 산하와 밥상, 장지 등의 전통 재료를 이용한 상징적 은유 등으로 변모되어 왔다. 그을린 얼굴빛과 팬 주름 등이 어린 농민의 얼굴이야말로 이종구씨의 작업을 대표하는 이미지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고향인 충청도 서산 오지리의 농민들의 삶을 그린 84년 작부터 최근 이 땅의 산하를 그린 근작까지 대표작이 망라되어 있다. 전시장은 3부분으로 구획된다. 정부미 쌀부대라는 재료를 통해 오지리 농민들의 생활을 증언한 초창기 84~90년작들이 ‘고향땅 오지리’란 이름 아래 엮였다. 낫, 삽, 호미 등의 농기구와 소를 단독소재로 삼아 농민의 울분과 분노를 비유적으로 담은 91~94년작들은 극사실적 화풍의 현실적 메시지를 극대화한 경지를 보여준다. 95년 이후 그는 인물화를 그치고 그릇, 신발, 씨앗 등의 사물을 땅이란 화두로 엮어 내놓는 등 새로운 화풍의 변신을 모색한다. 2001년부터 2005년까지 최근작에서는 백두대간 시리즈와 전염병으로 생매장된 가축을 위로하는 진혼작업 등으로 확장된 현실인식을 보여준다. 석고, 인쇄물 등의 폭넓은 재료사용과 처음 시도한 입체, 설치작업이 눈길을 끈다. (02)2188-6059.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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