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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31 17:47 수정 : 2005.05.31 17:47



“나는 방에서 벗어나고 싶다”

가정방문·설문조사로 두달여 실태추적b>

그들은 왜 스스로를 가두었나? 어떻게 그들을 너른 광장으로 이끌어낼 것인가? 지난 4월13일 한국방송 〈추적 60분〉은 ‘은둔형 외톨이’의 실태를 방송해 큰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1일 밤 11시15분 방영되는 ‘나는 방에서 나가고 싶다-은둔형 외톨이 실태보고 2’(사진)는 그 후속작이다.

은둔형 외톨이는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집 안에만 틀어박혀 사는 병적인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틀어박히다’를 뜻하는 일본 말 ‘히키코모리’를 우리말로 풀어쓴 것이다. 일본에선 1970년대 처음 실태가 드러난 이래 지금껏 심각한 사회적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다. 〈추적 60분〉은 1탄에서 90년대 말부터 한국에서도 엿보이기 시작한 이들의 실태를 몇몇 사례를 통해 드러냈다. 이번엔 두달여 동안 가정방문과 설문조사 등을 통해 한층 체계적으로 이들의 실태를 파악하고 대안을 모색했다고 제작진은 밝혔다.

가정방문을 통해 화면에 담긴 이들의 모습은 여전히 충격적이다. 김혜림(28·가명)씨는 방문을 침대 매트리스로 막아놓고 있다. 어머니가 친척까지 불러 간신히 문을 열었지만, 김씨는 물건을 집어던지며 한사코 방 밖으로 나오기를 거부했다. 그는 3년전 살이 찌면서 방에 틀어박히기 시작했다.

이태성(36·가명)씨는 무려 13년째 방안에 틀어박혀 있다. 선임병의 폭행을 못 견뎌 탈영했다가, 군 교도소를 갔다 온 이후다. 집 창문을 쇠창살로 막아놓고 방에는 최신식 헬스 기구를 3대나 들여놓았다. 그는 “세상 사람들의 공격을 대비해” 운동기구를 들여놓았다고 한다.

설문조사에 응한 은둔형 외톨이의 사례는 모두 64건이었다. 은둔 기간은 평균 3.98년, 평균 나이는 26.7살이었다. 연령대별로는 10대 9명, 20대 34명, 30대 10명 등이었다. 현재 생활에 만족한다는 이는 19%에 불과했고, ‘벗어나고 싶고, 장래가 걱정’이라는 응답이 67%였다. 방에서 무얼 하고 지내느냐는 물음엔 ‘인터넷과 게임’이라는 답이 80%에 이르렀다.


지난 5월14일 열린 은둔형 외톨이 가족 모임 내용도 공개한다. 80여명의 가족이 참석해 울분과 회한, 답답함을 토로했다. 정신과 전문의 이시형 박사는 “은둔형 외톨이는 성격 탓이라기보다는 시대적, 환경적, 사회적인 요인과 가정과 학교 문제 등의 총체적인 산물”이라고 말했다. 제작진은 “은둔형 외톨이는 내 아들, 딸, 형제 자매들이 겪을 수 있는 일”이라며 사회적 관심을 요청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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