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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적으로 말하기’
서울·도쿄 도심채험기 형상화 ‘공즉시색’
미술-대중 수평적 인연 화두 공공 장소에 설치되는 미술인가. 건축물의 딸림 장식품인가. 가난한 미술인을 위한 복지 사업인가. 2005년 미술판에서 공공미술에 대한 생각들은 각양각색이다. 최근 미술장식품 개선안 논란에서 보이듯 시민 공동체에 대한 미술의 참여로 바라보자는 시각부터 예술을 획일화하려는 간섭으로 간주하는 일부 작가들에 이르기까지 인식차는 극과 극이다. 이런 괴리를 풀고, 동시대 공공미술의 개념을 고민해보자는 밑그림 아래 의욕적인 기획전 2개가 마련되었다. 젊은 작가 공간인 서울 홍대앞 쌈지스페이스의 한·일 국제교류전으로 열리는 ‘공공적으로 말하기’전(3일~7월16일)’과 서울 광화문 일주아트하우스의 ‘공즉시색’전(14일까지)이다. 쌈지스페이스가 일본의 비영리 예술단체 ‘예술이 주도하는 도쿄’(AIT)와 손잡고 마련한 ‘퍼블릭…’ 전은 세계화의 격랑 속에 있는 서울과 도쿄란 거대 도시 안에서 공공미술의 여러 양상들을 실험하는 작업을 보여주면서 공공 개념을 새롭게 성찰하는 전시다. 도시의 특정 장소뿐 아니라 사람들, 건물 내 특유의 분위기나 느낌 같은 추상적 요소까지를 공공이라는 개념 안에 포하밋켜 해석하는 작업들이다. 한국과 일본의 젊은 작가 6명이 각기 서울과 도쿄에 일정기간 체류하면서 지역의 정치, 사회, 문화적 공간에 대한 체험을 밑천으로 공공작업을 내놓는다는 틀거지가 이채롭다. 일단 서울 전시에서는 가즈 사사구치 등 일본 작가 3명이 지난 4월부터 쌈지스페이스의 스튜디오 작가로 참여하면서 쌓은 서울 도시 견문기를 작품으로 빚어 한국작가들과 함께 전시하게 된다. 한국쪽 참여작가로는 박경주, 함양아, 홍영인씨 등 젊은 영상, 설치작가들이 나온다. 일본 출품작들은 미세하면서도 집요한 도회적 상상력을 보여준다. 가즈 사사구치는 얼굴 각 부분에 사용된 각종 화장품의 이름들을 이목구비 위치에 인쇄해 얼굴 이미지를 재조합한 화장품 인물지도를 내놓으며, 공동작업자인 히로하루 모리는 한국인 도로주행 연수자의 차에 동승한 일본인 관광객이 서울 관광지를 찾아다니는 이색 상황을 설정한 영상물을 틀어준다. 길에 버려진 사진 필름을 인화하거나 서울 달동네 주민의 삶을 찍은 다이키 다마무라의 시선도 흥미롭다. 한국에서는 작가 함양아씨가 도시적 환상과 실제의 괴리를 다룬 영상물 <보이지 않는 나무>를, 홍영인씨는 우체국을 커튼 달린 야외공연장처럼 탈바꿈시킨 <하늘공연장>을 내놓는다. 함씨의 작업은 도심 정류소 부근 옥상에서 판소리를 하는 여성 소리꾼의 공간적 위치를 색다르게 부각시키는 작품이다. 개막일 오후 1시45분 기획자, 작가, 관객 토론회가 마련된다. (02)3142-1693~4. ‘공즉시색’전은 미술과 대중의 수평적 인연을 주제로 삼는다. 전시장이 있는 흥국생명 빌딩 내외부와 주변 광장에 누구나 만지고 앉거나 명상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중견, 소장 작가 7명의 조형물 작업을 내놓았다. 테이프로 선을 붙여 도미노 모양을 만들고 공간을 새롭게 보게 하는 강선미씨의 <연결되다>, 붉은 색 와인이 한방울씩 떨어져 수조를 채우는 강효명의 <드롭>, 드럼통을 드림통, 즉 꿈통으로 개념을 바꿔 설치한 김주호씨의 <꿈>, 만지고 앉는 의자 겸 가로등 구실을 하는 이웅배씨의 <병촉야유> 등이 행인들을 손짓한다. (02)2077-7777.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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