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6.03 18:14 수정 : 2005.06.03 18:14

강만길 친일진상규명위원장

‘내일을 여는 역사’ 여름호서 언론의 몰상식 비판

강만길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이 학계의 ‘상식’을 비틀어 쓰는 언론의 ‘몰상식’을 비판했다. <내일을 여는 역사> 여름호에 그의 일갈이 담겼다. 제목은 ‘상식이 특종이 되는 세상’이다.

강 위원장은 이 글에서 “최근 역사학 전공자로서 몇가지 현실문제에 대해 언급했다가 곤경을 치른 경험이 있다”며 “학계에서는 이미 상식이 된 문제들이 언론계에서는 아직도 특종이나 헤드라인 거리가 된다면 이런 괴리가 있게 된 책임이 어느 쪽에 더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가 최근 치른 ‘곤경의 경험’이란 “국민 일반의 현실인식과 역사인식을 바로잡는 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역사학 전공자로서의 의무감의 표현이 마치 주제 넘는 일을 하는 것처럼 언론계 등에서 취급되는 경험”이었다. 지난 2월 이후 두 달여 동안, 한일협정, 박정희, 김일성 등에 대한 강 위원장의 발언을 보수 언론과 정치권이 크게 문제 삼은 것이다.

이후 강 위원장은 한동안 강원도에 칩거하며 ‘충격’을 다스렸다. <내일을 여는 역사>에 실린 이번 글에는 지난 몇 달간에 걸친 원로 역사학자의 고뇌가 담겨 있다.

강 위원장은 우선 그의 주장을 다시 한번 정리했다. “역사학 전공자의 처지에서 보면 1965년 한일협정은 일본이 우리 땅을 36년간 강제 지배한 사실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분명 잘못된 협정”이고, “박정희씨가 만주국 군관학교와 일본 육사를 나온 만주군 장교 출신임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요, 쿠데타로 잡은 정권의 비정통성을 감추기 위해 국민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일협정을 졸속으로 체결했음도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강 위원장은 또 “1930년대 이후 김일성 부대의 항일투쟁에 대해서는 그동안 국내외 학계에서 많은 연구 성과가 나왔고 이제는 하나의 상식이 됐으며, 한 보수언론은 보천보전투를 보도한 호외판 동판을 복제해 북한에 기증하기도 했다”고 썼다.


그는 “프랑스의 대표적 신문(<르몽드>)은 세계가 이미 다 아는 일도 한국에서는 특종이 된다고 지적한 기사를 실었다”며 “우리 사회의 신문기자들이 그렇게 무식한 것인지 아니면 정치적 목적 때문에 상식을 특종으로 만드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학자 및 학문에 대한 언론보도의 원칙에 대해 충고했다. “학자가 새로운 이론이나 대상을 처음으로 주창 또는 발견했을 때, 이를 언론이 크게 다루는 것은 당연하지만, 학계 사람들이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을 마치 처음 제기된 이야기인 것처럼 특종으로 다루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강 위원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자의 이야기를 그런 식으로 보도하는 것은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한국 민족주의 사학을 대표하는 그는 지난달 31일 출범한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강 위원장은 “지금까지 나는 학자요 자유인이었지만, 이제 장관급 공무원이 됐으니 앞으로는 입 다물어야겠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보수언론 공격에 잇다른 곤경 경험

“정통성 없는 군사정권 김 전주석 항일운동” 발언놓고 공세 시달려

강만길 위원장을 곤경에 빠뜨린 발언은 크게 두 가지였다. 그는 지난 2월, 한일협정 관련 공청회에서 “정통성 없는 군사독재정권이 체결한 한일협정이 폐기되고, 정통성이 확립된 문민 한국정부와 일본정부가 한일협정을 개정하거나 재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부 한나라당 의원과 보수 언론은 ‘정통성 없는 군사독재정권’이란 표현을 문제삼았다.

지난 4월,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나온 김일성 전 북한 주석에 대한 발언도 언론에 크게 보도됐다. ‘김 전 주석의 항일 빨치산 운동을 어떻게 봐야 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강 위원장은 “(김 전 주석이) 항일운동을 한 것은 역사적 사실이며, 독립운동은 그 자체로서 독립운동으로 봐야 하고, 사회주의 등을 따지는 것은 그 이후의 문제”라고 답했다. 이 역시 ‘김일성을 독립투사로 미화한다’며 보수 정치권과 언론이 크게 다뤘다.

강 위원장이 당시 국무총리실 산하 ‘광복 60주년 기념사업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점도 이들의 비난을 부추겼다. 역사학자가 아니라 ‘정부의 책임 있는 인사’의 발언이니 문제가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기념사업회는 학계와 정계, 언론계, 문화계, 종교계 인사들이 두루 참여한 민·관 합동 위원회의 성격이 강했다. 학계만 해도, 한상진 서울대 교수가 집행위원장을 맡은 것을 비롯해 서중석(성균관대)·이종범(조선대)·정진성(서울대)·정현백(성균관대)·최원규(부산대)·김민남(동아대)·신영복(성공회대) 교수 등 10여명의 학자들이 함께 참여했다. 이들 가운데 한 교수는 “우리 중 누구도 스스로를 공무원이라 여기지 않았으며, 민족 전체가 축하하고 기억해야 할 광복 기념사업에 학자로서 힘을 보태겠다는 마음이었다”고 전했다.

안수찬 기자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