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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달은 조는데… 새벽 4시, 달빛 아래 개장한 원주천 농산물 새벽시장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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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은 풀고 ‘정’은 담고 강원도 원주시 원주천 둔치에는 요즘 매일 새벽 4시부터 아침 9시까지 농산물 새벽시장이 선다. 경운기에 직접 재배한 채소 따위를 싣고 나온 농민이 좌판을 펼치고 도시 소비자를 직접 만난다. 십년째 이 장을 지키고 있는 농민 음수덕(56)씨의 하루를 따라나섰다. 새벽 1시, 원주시 반곡동 치악산 기슭의 칠흙 같은 어둠 속에서 음씨가 불을 켜고 방을 나선다. 뒤따라 나온 부인 장명숙(56)씨는 마당 가득 쌓아 놓은 ‘달랑무’(총각무의 사투리)에 물을 뿌리기 시작한다. 그 사이 음씨는 경운기를 끌어다 대고 서둘러 달랑무를 싣는다. “오늘 장에 내 갈 달랑무는 150단 정도 됩니다. 요즘 시세가 800원 쯤 하니까 다 팔면 12만원 정도 되지요. 하루 두 사람 품 삯 정도 버는 거지요.” 새벽 2시가 조금 넘어서니 부인 장씨가 장에 늦겠다고 성화를 한다. 2시15분, 음씨 부부가 탄 경운기가 가로등 불빛을 이고 집에서 출발한다. 새벽시장 들머리에 도착하니 2시50분. 두 번째 도착이다. 시장에선 먼저 온 순서대로 줄을 서서 입장 차례를 기다린다. 먼저 들어가면 좋은 자리를 잡을 수 있어 일찍 손을 털 수 있다. 장터 건너편 아파트 불빛도 거의 다 꺼져 있고 하늘엔 달빛이 흐린 새벽 4시. 드디어 장이 열린다. 여기저기서 흥정이 붙는다. 원주 시내에서 음식점을 하는 사람들, 인근 시장에서 작은 가게를 하는 사람들, 부지런하고 알뜰한 새벽주부들까지. 대부분 고객들은 가격을 묻지 않고 물건만을 보고 산다. %%990002%%
“사람들은 싱싱하고 좋은 물건을 싸게 사서 좋고, 농민들은 중간 상인을 거치지 않고 바로 장사를 하니 좋지요. 새벽시장 농업인협의회 회원이 580명 정도 됩니다. 농산물을 직접 생산하는 원주시 관내 농민들이 회원이 될 수 있고, 판매되는 전 품목은 농산물 생산자 표시를 해야 합니다.” 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추원용씨의 말이다. 장은 오래 가지 않아 5시가 조금 넘어서니 벌써 파장 분위기다. 쌓여있던 배추, 무, 총각무, 오이, 호박, 상추 등이 바닥을 보이기 시작한다. 5시10분, 음수덕씨의 달랑무가 다 팔렸다. 서둘러 짐을 정리한 음씨가 경운기를 몰고 집으로 돌아간다. 해 뜨기 전의 미명과 간간이 켜 있는 가로등이 길을 밝히고 있을 뿐 아직 치악산은 어두웠다. 5시40분, 집에 돌아온 음씨가 부인 장씨와 함께 밭으로 나간다. 해가 뜨거워지기 전에 내일 장에 내갈 달랑무를 뽑고 다듬어 묶어 놓아야 한다. 밭일을 하는 음씨의 손은 트고 갈라진 사이로 흙물이 들어 검다. 7시, 밭에서 돌아와 아직 잠들어 있는 자녀들을 깨우고 아침 밥상을 받는다. 배추 된장국에 달랑무 김치와 달랑무 물김치 그리고 배추 김치와 마늘 장아찌. 상위로 밭이 옮겨 앉았다. 아침을 먹고 나면 다시 논에 나가야 한다. 음수덕씨의 하루는 장에 나가기 위해 일어나는 새벽 1시부터 잠자리에 드는 밤 9시까지 스무시간 계속되는 고단한 싸움이었다. 사진·글 원주/강재훈 기자 khan@hani.co.kr %%99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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