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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6.06 19:50 수정 : 2005.06.06 19:50


한해 1200억 피해 추산
영화제작가협회 저작권 단일기구 추진

영화 <달콤한 인생>이 개봉된 지난 4월1일, 한국영상산업협회의 김의수 온라인단속팀장은 개인 대 개인(P2P) 사이트에서 이 영화의 캠버전(극장에서 캠코더로 녹음한 영화)을 발견했다. 지난해 <그놈은 멋있었다>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처럼 중국어 자막이 나오는 이른바 ‘따오반’(중국에서 역수입된 불법 동영상)이 아니라 국내에서 유출된 파일이었다. 최근 개봉한 <혈의 누>도 개봉과 동시에 불법 동영상 파일이 돌고 있다는 소식도 입수했다. 디브이디가 출시되면서 온라인에 퍼지던 한국영화 불법 동영상 유출 속도가 빨라졌다. 미국 개봉 직후에 온세계로 퍼지기 시작하는 할리우드 영화 동영상 유출 속도를 따라잡을 판이다.

한국영화 불법복제 시장이 급속도로 커나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디브이디가 출시되면서 피투피와 웹하드 사이트에 오른 <태극기 휘날리며>는 400만명이 내려받은 것으로 추산된다. “2003년만 해도 사이트에 오르는 동영상 파일은 외화가 대부분이었는데 이제 외화와 한국영화가 거의 반반 수준”이라는 게 한 웹하드 운영자의 증언이다. 영상물 불법복제를 단속해온 한국영상산업협회가 불법복제물 적발건수를 기초로 집계한 2003년 온라인-오프라인 불법복제 피해규모는 600억원대다. 여기에 적발되지 않은 불법 복제물까지 포함하면 한국영화 피해액만 1200억~1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규모와 속도면에서 급성장하는 한국영화 불법복제가 영화시장 전체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자 한국영화의 원저작자인 제작자들이 불법복제를 막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최근 한국영화제작가협회(제협·회장 김형준)는 한국영화의 불법복제를 막기 위한 단일창구인 저작권 신탁관리기구 설립과 불법 다운로드 사이트가 난립하는 온라인 상영의 배급을 일원화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 한국영화 불법복제 얼마나?=2003년 한국영상산업협회가 적발한 불법 파일은 9만9292건. 2004년에는 갑절이 넘는 20만4323건으로 늘어났다. 이를 바탕으로 협회 쪽에서는 600억원대의 불법 복제시장 규모를 산출했다. 그러나 한국영상산업협회 장윤환 부장은 “협회가 제작사나 배급사의 위임을 받아 단속한 건수는 전체 불법복제 규모의 20% 정도로 실제 피해액은 이보다 4~5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적발한 파일 가운데 한국영화를 반으로 환산해 5를 곱한 실제 피해 추산액 1500억원은 한국영화의 지난해 전체 제작비 규모인 3000억원의 절반에 이르는 금액이다.

제협 회원인 나우필름의 이준동 대표는 “1990년대 중반만 해도 1조5천억원대였던 비디오·디브이디 등 2차 판권 시장이 2~3년 전부터 7천억원대로 반토막났다”며 “멀티플렉스 증가로 극장관객이 늘어난 비율을 감안한다고 해도 2차 판권의 엄청난 손실 가운데 절반 이상은 불법복제를 원인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불법복제로 인한 수익 손실보다 더 우려되는 건, 극장의 주된 관객층이기도 한 적극적인 네티즌들이 불법복제로 인해 극장에서 발길을 돌리면서 영화시장 전체가 잠식될 위기에 놓였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파일 적발 2003년 9만건-> 2004년 20만건
"비디오·디브이디등 2차 판권시장 파산위기"

◇ 추락하는 한국 디브이디·비디오 시장?=한국영화의 전체적 시장 규모가 커짐에도 불구하고 2차 판권 시장은 파산 직전의 위기에 놓여있다. 일본디지털콘텐츠협회 조사 결과, 2003년 일본 비디오·디브이디 판매 및 대여시장은 39억5천만달러 규모로 전년보다 47.3%의 고속성장을 했으며, 이 규모는 극장 전체 수익을 압도하는 규모다. 미국 역시 비디오·디브이디 판매, 대여 수익이 극장 수익의 2.5배에 이르며 해마다 디브이디 매출이 50%에 가까운 급성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지난해 2차 판권 시장이 극장 수익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으며, 갈수록 줄어드는 형편이다.

소니픽처스 홈엔터테인먼트 구창모 상무는 “한국영화 시장은 커지고 있는데 디브이디 시장은 도리어 감소하는 실정에 대해 본사로부터 해명을 요구받을 때마다 난감할 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 디브이디 시장 침체의 원인을 찾기 위해 브에나비스타 홈엔터테인먼트 미국 본사 대표가 직접 방한했다가 피시방에 가서 불법 동영상 다운 속도를 확인하고는 직원들에게 아무런 추궁도 하지 못하고 돌아갔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 아이티(IT) 강국의 빛과 그림자=한국에서 유독 2차 판권시장이 맥을 못추고 불법복제가 기승을 부리는 것에 대해 제협의 김형준 대표는 “아이티 강국의 빛과 그림자”라고 말한다. “음악 불법복제로 논란을 빚던 2003년만 해도 영화는 감상환경이 다르고 음악보다 훨씬 파일이 크기 때문에 경계를 늦추고 있었는데, 영화 한 편을 15분 만에 내려받을 수 있는 전송속도의 통신망이 전국적으로 깔리면서 불법복제 문제를 그냥 두기 힘든 지경에 왔다.” 최근까지 한국영화의 보편적인 불법복제 유통경로는 <태극기 휘날리며>처럼 디브이디 출시와 함께 평균 8기가바이트 용량의 디브이디 파일을 10분의 1 정도로 압축·변화하는 디빅스(DivX) 파일로 떠서 당나귀나 프루나 같은 피투피 사이트나 웹하드에 올리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디브이디 출시 전에 개봉과 함께 캠버전으로 인터넷을 떠돌고 있는 실정이다. 상당수는 영화 시사회장이나 개봉 당일 극장 객석에서 캠코터로 찍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화면크기가 2.41 대 1 풀스크린 버전으로 찍힌 것도 있어 불법복제 경로는 좀더 다양해 보인다. 한 영화 관계자는 “풀스크린은 객석이 아닌 영사실에서만 잡을 수 있는 각도라서 복제자가 관객이 아닌 경우도 적지 않을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또한 김의수 온라인단속팀장은 “최근 들어 한국영화도 캠버전뿐 아니라 외화처럼 필름을 복사하는 등 유통경로가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제협은 지난봄부터 한국영화 전체의 저작권 관리와 단속, 법적 고발에까지 이르는 창구를 일원화해 왜곡된 시장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취지에서 새로운 저작권 신탁관리기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또 단속이라는 소극적 대응방식을 넘어 불법으로 난립하는 온라인 상영사이트를 합법적인 틀 안으로 끌어오기 위해 영화진흥위원회와 논의 중이다. 이 대표는 “네티즌들을 잠재적 범법자로 놔두기보다는 합법적인 영화 소비계층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다양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이런 통로를 열어 놓은 뒤에도 기어이 벌어지는 불법 복제에 대해서 법적인 절차에 따른 단속을 병행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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