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6.07 17:57
수정 : 2005.06.07 17:57
국악과 강사가 펴낸 ‘정간보로 읽는 옛 노래’
<세종실록악보>, <시용향악보>, <대악후보> 등 옛 악보의 한글 고전시가 자료를 한데 모아 표기체제를 통일함으로써 보기 쉽게 정리한 국악-국문학 학제적인 저술이 모처럼 나왔다.
서울대 국악과 강사인 김세중(42)씨가 쓴 <정간보로 읽는 옛 노래>(예솔 펴냄, 1만5000원)가 그것이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한글 용비어천가를 노랫말로 얹은 치화평 1, 2, 3과 취풍형의 배자(글자의 배치)를 비교함으로써 각 절의 음악도 앞 두 줄이 짧고 셋째 줄이 길어 노랫말 앞 두 줄이 짧고 셋째 줄이 긴 것과 대응함을 밝혀냈다. 지은이는 용비어천가 제2장~109장까지 108개장 216개 절의 노랫말을 일일이 세어, 첫째 줄이 4~9자(평균 7.25자), 둘째줄이 5~9자(평균 7.36자), 셋째줄이 7~13자(평균 10.73자)임을 밝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그럼으로써 용비어천가의 각 절은 첫 두 줄은 3음보, 마지막 줄은 4음보까지 이론상 가능하며, 실제로는 첫 두 줄 2~3음보, 마지막 줄 2~4음보로 율격적 유동성을 보이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이 작업은 1행32정간으로 된 세종실록악보의 표기 방식을 세조실록악보의 1행6대강16정간 방식으로 변환해 표기함으로써 가능해진 것이다.
지은이는 또 용비어천가의 노랫말-음악 조응 방식을 월인천강지곡에 적용해 배자를 복원해봄으로써 월인천강지곡 역시 용비어천가와 같은 형식의 노래였으리라는 국문학계의 추정을 음악적으로 뒷받침했다.
이 책에서 주목되는 또 다른 점은 현재로 불리는 시조 악보를 고악보처럼 고쳐씀으로써 ‘동창이 밝았느냐’에서처럼 첫 토막(음보)이 둘째 토막보다 글자가 적은 예가 많은 까닭을 음악적으로 설명할 길을 제시했다.
한편 저자는 “홍난파가 ‘성불사의 밤’ 등 이은상의 시조 8편으로 가곡을 썼으며 이들 대부분이 시조창의 특징을 보여준다”면서 난파가 시조노래의 전통을 계승하여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역할을 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지은이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국악을 전공하고 인문대·음대 협동으로 개설한 한국음악학 박사과정을 마쳤다.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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