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6.08 17:12 수정 : 2005.06.08 17:12

임국씨의 사루비아 다방 전시장 전경. 칙칙한 벽면에 전자 기타의 진행 코드와 그로테스크한 인물상 등을 그린 작품들이 뒤섞여 그려있다.



기타리스트 겸 화가 임국씨 개인전

보고 그리는 미술과 듣고 울리는 음악이 서로 만날 수 있는 지점은 어디일까? 평소 이런 고민을 해왔던 이들이라면 서울 관훈동의 대안공간 사루비아 다방에서 열리고 있는 기타리스트 겸 화가 임국(40)씨의 전시는 무릎을 탁 칠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30일까지 열리는 그의 전시장 풍경은 환성과 기타의 굉음에 휩싸인 클럽의 야릇한 분위기가 감돈다. 벽면에 포스터 칼라로 그려진 ‘DCD→EFF#’ ‘D→e→G→ef’ 따위의 암호같은 문자 이미지들이 그로테스크한 인물, 동물, 그림과 함께 칙칙한 벽면을 메운다. 구석의 한쪽 벽에서는 그가 베이스 기타리스트로 연주하는 부산의 한 대학가 라이브 클럽의 공연실황이 시끌벅쩍한 영상물로 비춰지고 있다. 이 암호같은 문자 이미지들은 펑키한 흑인 대중음악에서 기타의 코드진행을 시각이미지화 한, 그만이 읽을 수 있는 일종의 악보다. (실제로 그는 오선지 악보는 읽을 줄 모른다.) 여기에 별다른 주제없이 기분에 따라 내키는 대로 표현한 사람과 들소 따위의 생물, 탱크, 잠수함 등등의 왜곡된 이미지들이 가사처럼 실린다. 라이브 대중음악의 선율과 개념을 미술의 그림으로 연주한 첫 시도로 비친다.

“미술하다 힘들면 음악하고 음악하다 짜증나면 미술하고 그냥 자연스런 삶이예요”

“특별한 생각없이 제가 느낀 음악적, 미술적 감성이 그대로 나온 거라고 보면 됩니다. 악보 이미지들은 <스트리트 라이프> 같은 흑인 펑키 뮤지션들의 곡을 그림으로 풀어놓은 것인데요, 음악과 이미지가 결합된 일종의 판타지라고나 할까요.”

밤이면 기타리스트, 낮에는 작가로 활동하는 이 괴짜 작가의 개성과 야성이 묻어나는 ‘소굴’이 바로 전시장인 셈이다. 난점도 있기는 하다. 소리를 들을 때는 어깨춤이 절로 나올 정도로 흥겹지만, 선율진행을 자기만의 암호처럼 표현하려니 생소하게 다가오는 점도 있다. 중견 작가 설원기씨의 지적대로 그의 그로테스크한 덩어리 모양의 인간, 동물 그림들이 난해한 암호적 이미지와 클럽 같은 분위기에 묻혀버리는 한계도 있어 보인다.

어릴 적 유흥가 주변에서 시끌벅쩍한 대중음악을 들으며 자란 임씨는 즉흥적인 솔, 블루스 음악에 흠뻑 빠져들어 중학교 때부터 산타나와 밥 말리의 선율을 베이스기타로 다독거렸다. 독일에서 디자인 회화를 공부하던 유학시절 현지 밴드에 들어가 300차례 이상 공연한 경력도 지닌 그는, 지금도 부산의 클럽 밴드에서 베이스 기타를 친다.

“미술과 음악은 그냥 자연스러운 삶이예요. 미술하다 힘들면 음악 생각하고, 음악하다 짜증나면 미술 생각하는 거죠….”

(02) 733-0440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