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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연애의 목적’ 한재림 감독, ‘결혼은 미친 짓이다’ 유하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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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사랑의 약속…그런게 어딨어”
<연애의 목적>과 <결혼은 미친 짓이다>(2001)는 몇가지 공통점이 있는 영화다. 듬직하고 멋진 남성, 안아주고 싶은 여성과는 거리가 있는 주인공들이 등장하고 영원한 사랑의 약속이라는 로맨스 영화의 불문율을 가벼운 코웃음으로 받아친다. 여전히 남성중심적이고 여성에게 엄격한 사회에서 ‘나쁜 년’이 되는 여성의 입장을 옹호하는 점도 눈에 띈다. 그러나 더욱 특이한 건 남녀 주인공 가운데 다분히 여성의 옆에 서있는 이들 영화의 감독이 남자라는 점이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의 유하(43) 감독과 <연애의 목적>의 한재림(31) 감독이 한 자리에 만나서 연애와 연애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한재림
‘연애’ 여전히 여자에 불리
‘평범한 남자’ 묘사했는데
그네들 거부감 심하더라
유하
젊은이들 사고방식 안바뀌어
‘자유연애’ 패션에 불과하다
여자들 여전히 상처받아
유하: <연애의 목적>은 2005년을 사는 젊은이들의 연애담, 그것도 리버럴한 자유 연애를 이야기하는데 가만 보면 그 리버럴함이란 정신이 아니라 패션에 불과하다는 걸 보여준다. 세상은 많이 변했는데, 이를테면 내가 이십 대 때만 해도 남녀가 같이 자면 책임져야 한다는 식이었지만 지금은 젊은 남녀가 처음 만나서도 마음만 맞으면 모텔에 가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시대 아닌가. 그런데 여주인공 홍을 보면 겉으로 보기에는 리버럴한 연애를 하면서도 유림의 말로 인해 요즘처럼 자유로운 시대에는 안 받아도 될 것 같은 상처를 받는다. 그런 점에서 요즘 젊은이들이 겉으로는 자유로워진 것같지만 사고방식은 여전히 지난 세대에 머물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한재림: 일반시사회에서 베드신을 보며 눈을 내리는 여자관객도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아직도 그런 시각이 있구나 놀랐다. 에로틱하게 찍으려던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영화의 반응을 조금씩 들으면서 의외였던 건 남자들의 공감대가 더 클 줄 알았는데 오히려 거부감이 심하더라. 좀 섭섭하기도 했다.(웃음)
유하: 유림 캐릭터는 약간의 과장이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사실 남자들에게 다 그런 면이 있다. 치사하고, 들이대고. 들이댈 때 남성적 권력을 이용하고, 또 자기합리화하고. 남자들의 치사한 면이 다 나오니까 불편한 거지. <연애의 목적>은 굉장히 솔직하다. 사실 솔직한 연애담을 담은 영화는 <경마장 가는 길> 이후 계속돼온, 새로울 것 없는 흐름이긴 한데 <연애의 목적>은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연애한다는 건 어떤 것일까라는 문제에 들어간다. 홍의 심리 묘사가 디테일하고 피해자 입장에서의 복수와, 사랑에 대한 복수가 중의적으로 표현된 게 절묘했다.
한재림: 사실 여자가 한국에서 연애한다는 건 굉장히 불리하다. 이런 홍의 심리가 잘 드러났다면 같이 쓴 여성 작가 고윤희씨가 섬세하게 잡아낸 덕분이다. 내가 모를 수 있는 부분까지.
유하: 그럼 유림 캐릭터를 다듬는 건 감독이 맡았나? 혹시 본인을 모델로?
한재림: 그건 아니고.(웃음). 유림은 그리 힘들게 만들지 않았다. 남자들 중에서 흔히 보는 캐릭터 아닌가. 어떻게 보면 오히려 평범한 인물인데 해일씨가 잘 해줘서 눈에 확 띄었다. 그보다 홍의 캐릭터와 시선이 영화의 중심인데 홍은, 그리고 여성심리는 영화를 찍어가면서 알게 된 것 같다.
유하: 남성 감독이 남성의 시선으로 영화를 찍으면서 점차 여성을 알아가는 영화라는 점, 그리고 사랑에 대한 신비화를 벗겨낸다는 점에서 <결혼은 미친 짓이다>나 <연애의 목적>은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 <결혼…>에서 연희는 두집살림이라는 해법으로 피해자 입장에서 벗어나 여성을 억누르는 제도적 억압에 복수했다. 그런데 <연애의 목적>에서는 여성이 남성을 같은 피해자의 위치로 끌어내린 뒤 동등하게 사랑하자고 말한다. 그런 점이 새롭다.
유하-한재림 감독이 말하는 ‘연애·결혼은…’
한재림: <결혼은 미친 짓이다>에서 연희가 눈길을 걸어와 준영의 옥탑방 문을 여는 마지막 장면이 좋았다. 눈이 정말 아름답게 왔다. 실은 <연애의 목적> 마지막 장면을 눈오는 배경으로 설정한 게 <결혼은 미친 짓이다> 때문인데 눈이 안 왔다. 소금으로 눈을 만들었는데 때깔이 안 났다.(웃음)
유하: 어떻게 보면 다른 의미의 정통 멜로라고도 보인다. 모든 멜로에는 장애물이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집안이나 <내 머릿 속의 지우개>의 치매 같은 것. 여기서는 우리 사회에서 여성에게 가해지는 미세한 폭력이 장애물로 등장한다. 이를테면 학교 내에서 연애 소문이 났을 때 비난의 화살이 홍에게만 돌려진다. 조사를 나온 교육청 관계자가 유림의 변명을 듣고 무심코 “별거 아니구만”하는데 홍으로부터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면 그렇게 반응하지 않았을 거다. 우리 사회가 연애, 특히 모험적인 연애에 들이대는 잣대가 여전히 “남자가 그럴 수도 있지”과 “여자가 어떻게”식으로 성의 구분에 따라 나뉘지 않나. 그런데 31살이면 어린 나이일 수 있는데, 영화는 감독의 나이에 비해 복잡한 것 같다.
한재림: 감독님이 데뷔할 때는 문화나 영화적 토양이 척박했지만 우리는 선배 같은 앞 세대가 해온 것 보면서 자라고 시작하니 기준이 높아지고 이야기도 다양해지는 것 것같다.
유하: 그래도 본인의 재주라고 말하지는 않네.(웃음) <결혼은 미친 짓이다>나 <연애의 목적>이나 연애에 있어 조건은 매우 중요한 요소로 등장한다. 멜로 드라마에서 조건은 일종의 장애다. 자본주의 사회도 그렇고. <결혼…>은 이런 현실을 그대로 수용한 데 비해 <연애의 목적>은 좀 더 낭만적으로 돌파한다. 조건은 인류학적으로 암컷과 수컷의 문제인데, 사실 인간만이 조건을 거부하고 맨몸으로 상대를 만날 수 있다. 즉 사랑은 인간만이 하는 건데, 이 영화는 처음에는 섹스로 시작해 사랑은 없다고 말하다가 뒤로 갈수록 사랑은 있다 쪽으로 옮겨간다. <결혼…>은 현실에서 “들키지 않을 자신”에 머물고 있는 반면, 이 영화는 뒤끝이 어떻든 간에 같이 끝까지 내려가서 사랑을 해보자는 거니까.
한재림: 원래 결말에 대한 고 작가의 생각은 둘의 관계가 깨지고 홍이 본래의 애인에게 돌아가는 것이었다. 그게 더 현실적이니까. 거기서 타협이 있었다. 홍이 선생님이 되고, 유림이 홍에게 “선생이 되셨다면서요?” 하는 결말을 희한하게도 여자들이 더 용납을 못 하더라. 홍을 얄밉다고 한다. 그래서 결말이 확실한 해피엔딩은 아니지만 그럴 수도 있다는 안심을 주는 쪽으로 갔다.
유하: 지금처럼 열려있는 결론이 난 좋더라. 사실 <프리티 우먼>같은 할리우드의 전통적 멜로 영화는 닫힌 해피엔딩이고 그건 가짜다. 영화를 보다보면 연애의 목적이 뭘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에선 섹스에서 시작해서 사랑은 없다고 하다가 점점 사랑은 있다로 간다. 실제로 한 감독은 연애의 목적은 뭐라 생각하나.
한재림: 여행과 같다고 본다. 가기 전에는 설레고 가서는 행복하게 놀 수도 있고 너무 지쳐서 다시는 안 간다고 다짐하기도 한다. 돌아오면 추억과 사진, 기념품 정도만 남는다. 그러나 여행은 자신을 어른스럽게 만들어주는 성장의 의미도 있다. 사랑도 마찬가지 아닐까.
유하: 모든 로맨틱 코미디는 어떤 의미에서 성장 드라마다. 전에 나는 비유적으로 연애를 양파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벗길수록 계속 껍질이 나오고 그러다가 다 벗겨보면 텅 비어있잖아(웃음).
정리 김은형, 서정민 기자
dmsgud@hani.co.kr 사진 강재훈 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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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목적’ 어떤 영화
교생한테 집요하게 치근대는 지도교사
“지금, 젖었어요?” <연애의 목적>의 깨나 도발적인 첫 대사는 야한 섹스코미디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노골적인 섹스 장면이 등장하지만 영화는 여느 로맨틱코미디가 가지 않았던 험하고 복잡한 길을 간다. 한 고등학교에 실습온 교생 홍(강혜정)에게 지도교사인 유림(박해일)은 집요하게 치근댄다. “같이 자고 싶다”는 노골적인 고백부터 “연애만 하자”는 칭얼대는 부탁까지 유림은 다양한 ‘작업’의 방식을 구사하며 홍은 완강한 거부를 하다가 천방지축으로 달려드는 유림에게 마음이 조금씩 열린다. 장래를 약속한 “편한고 안정적인” 파트너가 있는 두 사람은 기왕의 관계를 깰 생각 없이 시작했지만 점차 마음이 흔들리고 둘의 관계가 보수적인 학교 안에서 이상하게 퍼져나가며 상황은 극으로 치닫는다.
<연애의 목적>의 두 주인공은 보통의 로맨틱코미디 캐릭터와 다르다. 유림은 세련되지 못하며 이기적이고 때로 야비하기까지 한 바람둥이고 홍은 뚱한 성격이다. 유림이 홍에게 접근하는 방식은 남성이라는 권력, 그리고 상대보다 우월한 사회적 위치라는 권력이 연애의 구도를 어떻게 움직이나에 대한 얇지 않은 질문을 던진다. 무엇보다 연애를 지고 지순한 삶의 가치나 성과처럼 신비화하지 않고 그 누추함과 허망함까지 꾸밈없이 보여준다는 점에서 <연애의 목적>은 한국형 로맨틱코미디의 진화를 보여준다.
김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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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 작업 들어갑니다”
영화 속 ‘작업남’ 변천사
‘작업남’이라는 말은 이제 보통명사화된 듯하다. 여기서 말하는 ‘작업’은 이성(때로는 동성)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는 말이나 행동을 가리킨다. 따지고 보면 작업은 남성의 전유물이 결코 아님에도 ‘작업녀’라는 말은 어딘지 어색하다. 실제 작업녀가 현실에 없어서라기보다는 작업남의 이미지가 사람들의 뇌리에 워낙 강렬하게 박혀있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 속 작업남의 변천사를 통해 우리 시대의 작업남상을 가늠해보자.
① ‘리마리오’의 시조, 신성일=1960~70년대를 대표하는 작업남을 들라면 신성일을 절대 빼놓을 수 없다. 나중에 실제로 결혼하게 된 영화 속 연인 엄앵란을 향해 날린 대사 “당신은 나의 어여쁜 꽃사슴~”은 지금도 모르는 이가 없다. 성우가 목청을 한껏 내리깔고 녹음한 이 대사는 훗날 코미디 소재로 쓰일 정도로 어색해졌지만, 당시에는 수많은 뭇여성들의 가슴에 방망이질을 한 ‘100% 순수 버터’ 작업 멘트였다.
② 현대 작업남의 기수, 한석규=<닥터 봉>(1995)이 보여준 게 한국형 로맨틱코미디의 새 전형만은 아니었다. 애 하나 달린 홀아비이자 바람둥이 치과의사 역할을 맡은 한석규는 90년대 작업남의 새로운 기틀을 마련했다. 세련된 외모와 매너에 든든한 직업까지 뒷받침된 그의 작업에 많은 여성들이 넘어간 건 당연지사. 아들에게 자신을 삼촌으로 부르도록 할 정도로 주도면밀한 사전준비 또한 한몫 했다.
③ 작업남계의 전설, 배용준=<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2003)는 전설로나 전해옴직한 조선시대 작업남의 활약상을 담은 보기 드문 영화다. 그가 마음을 먹으면 혼인을 앞둔 규수라도 무장해제 상태에 빠진다. 배용준이 정절을 굳게 지키던 전도연의 마음을 사로잡으려고 뒤를 밟다가 우연히 마주치는 것처럼 꾸민 설정이나, 전도연이 천주교도임을 알아낸 뒤 자신도 같은 천주교도인 척하는 작전 등은 훗날 많은 작업남들에게 교과서가 됐다.
④ 진정한 박애주의자, 이병헌=<누구나 비밀은 있다>(2004)의 이병헌은 전형적인 박애주의자형 작업남이다. 박애주의자는 모든 여자에게서 장점을 찾아내고 그들을 사랑한다. 여성들을 향한 그의 칭찬과 사랑은 거짓이 아닌 진심이기에 대단히 높은 효과를 발휘한다. 실제로 이런 박애주의자들은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바람을 피우는 개념이 아니라 모든 여자로부터 진정으로 동등한 사랑을 느끼기 때문이다.
⑤ 들이대기의 진수, 박해일·김상경=<연애의 목적>(2005)의 박해일과 <극장전>(2005)의 김상경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정말로 무식하고 끈질기게 들이대는 작업남이라는 점이다. “내가 뭘 어쨌다고 그러세요? 그냥 같이 자자고 밖에 안했는데. 저기 좋은 모텔 있네”라고 끊임없이 ‘껄떡대는’ 박해일과 “영실씨가 천사 같아서 심장이 고장난 것 같습니다, 술 한잔만 사주실래요?”라고 막무가내 작업 멘트를 날리는 김상경이 희한하게도 작업의 결실(?)을 거두는 상황도 비슷하다. 진정 작업남상이 변한 걸까?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한국 로맨틱 코미디 ‘진화’ 했다?
‘결혼이야기’ 남녀 같은 눈?뗌結?br>‘처녀들의 저녁식사’ 여성 일화 일보전진
‘싱글즈’ 관습적 해피엔딩 비켜가
‘잘까 말까 끌까 할까’ 92년 개봉한 <결혼 이야기>(감독 김의석)의 카피는 한국 영화계에 로맨틱 코미디 붐의 시작을 알린 선언이었다. 최루성 신파 멜로가 중심이었던 70~80년대 한국 로맨스 영화의 판도를 바꾼 이 영화는 남성의 품 안에 있던 여성 캐릭터를 남성 캐릭터와 같은 눈높이로 끌어 올렸고, 성적인 농담을 일상어로 바꾸며 90년대 초의 열쇳말인 ‘신세대’ 부부의 풍속도를 세련되게 담아내 흥행에 성공했다. <미스터 맘마> <마누라 죽이기> 등 강우석 감독의 ‘기혼커플’ 로맨틱 코미디들이 <결혼 이야기>의 뒤를 이었다. 로맨틱 코미디의 초창기 붐이 기혼 커플 중심이었던 이유는 이 장르에 빼놓을 수 없는 성적 암시의 유머들을 미혼 남녀의 대화로 옮기기에는 부담스러웠던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었다. 95년 흥행작 <닥터 봉>(이광훈 감독)은 <결혼 이야기>식 도시남녀의 연애담을 싱글 남녀의 경우로 버전업시키면서 젊은 관객들의 지지를 받았다.
로맨틱 코미디의 발전사는 여성 캐릭터의 진화를 동반했다. 임상수 감독의 <처녀들의 저녁식사>(1998)는 여성의 성적 욕망과 호기심을 상투적인 거름 장치 없이 스크린 위에 투사시켜 로맨틱 코미디를 넘어 ‘여성 영화’의 일보 전진을 알렸다. 심은하, 이성재 주연의 <미술관 옆 동물원>(이정향 감독·1999)에서 심은하가 연기한 춘희는 그 이름부터 헝클어진 파마머리의 행색, 엉뚱하고 주책스런 행동까지 이전 로맨틱 코미디의 도시적 커리어 우먼이나 남다르게 사랑스러운 여성상과는 달랐다. 여성 캐릭터를 평범하면서도 현실적인 모습으로 그려내면서 이 영화는 좋은 반응을 얻었다.
2000년대 초 <엽기적인 그녀>(곽재용 감독)는 400만명이 넘는 관객몰이를 하며 새로운 로맨틱 코미디 유형을 만들어냈다. 비현실적으로 과격한 여성 캐릭터, 군데 군데 만화적 삽화를 첨가한 이 영화의 구성은 원작인 PC통신의 인기 연재소설에 힘입은바 크다. 이후 <동갑내기 과외하기> <내사랑 싸가지> <그 놈은 멋있었다> 등 인터넷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은 모두 이야기의 개연성보다는 톡톡 튀는 설정과 만화적 요소를 섞으며 인터넷 세대를 겨냥한 로맨틱 코미디의 양식을 재생산했다. 연애도 위기, 일도 위기인 스물아홉 ‘꽉 찬’ 도시 처녀들의 연애와 우정, 일을 엮은 <싱글즈>(2003·권칠인 감독)는 현실에서 한뼘 쯤 떠 있는 기획영화의 한계가 있음에도 또래 여성들의 ‘이심전심’을 진솔하게 담았다는 호평을 받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싱글즈>가 “두 사람이 행복하게 살았더래요”라는 종래 로맨틱 코미디의 관습적 해피엔딩에서 비켜가면서 이 장르의 가지를 새롭게 쳤다면 장진 감독의 <아는 여자>(2004)는 끊임없이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질문하면서 “사랑은 좋은 것”이라는 로맨틱 코미디의 전제를 살짝 흔들며 또 하나의 새로운 가지를 쳤다. 결국 ‘연애의 목적은 없다’고 말하는 <연애의 목적>은 <아는 여자>보다 성큼 더 나아가 쓰고 맵고 추하기도 한 연애의 속살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두 남녀의 연애담을 한국 사회라는 컨텍스트 위에 올려놓으면서 이 장르의 폭을 한층 넓혔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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