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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6.10 18:28 수정 : 2005.06.10 18:28

2005 베니스 비엔날레 출품작들. 아르세날레 주제전 에 나온 제니퍼 알로라&구에르모 카자딜라의 공동 작업 <하마의 희망>

들썩들썩 ‘난장’ 접고 대가의 ‘격조’ 입혔다

세계 미술제의 최고봉인 베네치아 비엔날레는 100년 관록 답게 올해도 카멜레온처럼 색깔을 바꿨다. 2년전 ‘꿈과 갈등’ ‘관객의 독재’라는 거창한 제목을 내걸고 무질서할 정도로 번잡한 미술 난장을 펼쳤던 것과 달리 올해 비엔날레는 대가들의 작품 위주로 차분한 격조를 되찾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스페인 출신의 여성 기획자 겸 평론가인 마리아 데 코랄과 로자 마르티네즈가 사상 최초로 여성 공동총감독으로 입성한 이번 비엔날레는 전시의 두 골격인 주제전과 국가관 전시 모두 장르, 구성 측면에서 한결 차분하고 전시얼개 측면에서도 짜임새가 있어 보인다.

우선 화제를 모은 전시는 옛 국영조선소 아르세날레에서 열린 로자 마르티네즈의 주제전 ‘언제나 한 걸음 더 멀리’였다. 새뮤얼 베케트, 루이스 부르주아, 렘 쿨하스, 모나 하툼 등 각국 작가 48명과 국내 설치작가 김수자씨가 출품한 이 전시는 기획자 특유의 여성주의적 성향이 두드러진다. 고릴라 두상 이미지로 유명한 미국의 여성주의 작가 그룹 ‘게릴라 걸스’가 아카데미상의 남성 중심주의를 풍자하거나 영화 <달콤한 인생>을 패러디해 여성 아티스트들을 깔고 선 남성들의 본질을 비판한 작품 등이 들머리에서 눈에 띄었다. 서구에 영향을 미친 미국의 60년대 현대미술을 조명한 ‘어메리카 뮤지엄’, 건축거장 램 쿨하스의 설계작업 등 미술제도와 미술의 영역 확장에 대한 관심을 보인 것도 특색이었다.

데 코랄이 연출한 이탈리아관의 본전시 ‘예술의 경험’은 찰스 거스톤, 베이컨, 러프, 브루스 나우먼 같은 회화, 사진, 영상 대가들의 회고전 중심이었고, 자르디니 공원의 국가관 전시 역시 길버트 앤 조지(영국), 에드루샤(미국), 아넷 메사제(프랑스) 등 거장들의 정제된 대표작들을 많이 내놓았다. 반면 2008년 올림픽을 앞두고 치열한 문화외교를 전개중인 중국은 문화 국력 과시에 골몰하는 모습이었다. 아르세날레 구석의 옛 기름 탱크 시설에 정원까지 딸린, 1000평이 넘는 대형 국가관을 배정받는 특혜를 누린 중국은 작가 6명의 대형영상물과 대나무 설치작품 등을 선보였다. 개관일인 9일 비엔날레 조직위원장 데이비드 크롭은 축사까지 하면서 “현대미술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게 할 공간 확보를 축하드린다”고 중국을 추켜세웠다.

역대 최대인 15명의 젊은 작가들이 참여한 한국관(기획 김선정)은 고질이었던 전시공간의 인테리어 디자인이 크게 개선되었다는 평가다. 작가 최정화씨가 플라스틱 소쿠리를 쌓아 옥상에 설치한 <욕망장성>은 자르디니 공원의 신록과 절묘하게 어울렸고 건물 내부의 산만한 공간을 절묘하게 구획한 박기원씨의 에프알피 수지로 만든 창 설치물 <감소>는 전시장을 보이지 않게 떠받친 수작이었다. 그러나 여러 작품들이 별 발언을 못하고 매끈한 공간 속의 부속물처럼 묻혔다는 평가도 나왔다. 난생설화를 외국어로 이야기하는 김홍석씨의 금속성 알과 김소라씨의 유행가 번안 비디오, 함진씨의 미니인간 작업들이 김범씨의 개념미술 조형물, 배영환씨의 근현대사 영상·가요 작업과 어떻게 연결되는지가 명확치 않다는 것이다. 한 국내 기획자는 “서구를 후진 방식으로 좇은 우리 현대미술의 단면들을 보여주는 깔끔한 진열창 구실을 했지만, 그 배경과 맥락에 대한 구체적인 목소리는 찾기 어려웠다”고 촌평했다.

베네치아/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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