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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6.13 17:10 수정 : 2005.06.13 17:10



흙 속 미생물의 세계 들여다봐

국내 첫 시도 촬영기법도 선보여

“흙이 살아 있다”거나 “흙이 죽었다”라는 표현을 쓰는 경우가 더러 있다. 광물질이자 무생물인 흙의 생과 사를 거론하는 건 왜일까? 그것은 흙에서 살아가는 무수한 생명들 때문이다. 생물학자들에 따르면, 깨끗한 흙 한 줌에는 5천여 종 1억의 생명체가 살아간다.

흙 속 생명체를 눈으로 직접 볼 수는 없을까? 교육방송이 창립 5돌 기념으로 만든 특별기획 <자연 다큐멘터리 흙>이 이를 가능하게 해준다. 22일 밤 10시50분 방영되는 <자연 다큐멘터리 흙>은 흙을 생물적 관점에서 조명했다. 티스푼 하나 정도의 흙을 지구만한 크기로 확대해 아름답고 정확한 영상으로 재현했다. 흙을 집삼아 사는 생명들, 더불어 흙이 살아 있다는 증거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기회가 될 듯하다.

이 다큐멘터리는 카메라맨과 프로듀서의 합성어 ‘카메듀서’라는 직책을 국내에서 처음 맡은 이의호 카메듀서가 만들었다. 이 카메듀서는 흙 속에 카메라를 들이대고 그 곳에서 일어나는 일과 미생물을 이용한 친환경 농법을 담았다. 이 카메듀서는 다큐멘터리 <생명의 터 논>과 <풀섭의 세레나데>, <잠자리>를 만들어 온 베테랑 자연 다큐멘터리 연출가. 그는 지난 10일 오후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시사회에서 “흙과 미생물의 실체를 과학적으로 보여주려 했다”고 제작 의도를 설명했다.

“주말농장을 일구다 삽질에 잘려나온 지렁이를 보았습니다. 그때 ‘나에게 서식지를 파괴할 권리가 있는가’ ‘꼭 흙을 갈아야 하는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일을 계기로 흙과, 흙에서 살아가는 생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지요.” 그는 흙을 소재로 삼게 된 동기를 이렇게 말했다.

이 카메듀서는 총 1년2개월간의 다큐 제작기간에서 촬영과 보충촬영에만 1년1개월이 걸리는 등 촬영작업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하소연했다. “식물의 뿌리가 흙 속에서 내리는(밑으로 성장하는) 장면과 팬 한 컷에 4계절을 담는 영상 촬영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식물의 뿌리가 0.1mm 단위로 자랄 때마다 카메라를 밑으로 조정해야 했는데, 매우 섬세한 작업으로 졸거나 하면 다시 처음부터 찍어야 했고, 조그만 진동에도 민감하기 때문에 숨소리도 제대로 낼 수가 없었다는 것. 그리고 4계절을 팬 하나에 담기 위해서는 같은 장소에서 기후 등이 맞아야 하기 때문에 이를 맞춰 찍기가 여간 힘들지 않았다고 한다.

이 카메듀서는 “지금까지 정지된 상태에서 식물의 성장이나 계절의 변화를 담는 촬영은 자주 시도되었지만 이 두 장면처럼 움직이면서 변화의 과정을 담은 것은 국내에서 처음 시도된 촬영기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며 배운 것도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이번에 알게 된 농법을 제 개인 주말농장에서 시험해봤습니다. 산의 흙에서 미생물을 키우고 그 미생물을 논에 뿌려 농사를 지었는데 결과는 놀라울 정도로 좋았어요. 땅을 갈지 않는다고 이상하게 보던 농민들도 나중에는 튼실한 무를 보고 흙을 얻으러 오기도 했습니다.”

그는 “얼마 전 농민들에게 다큐멘터리 가편집본을 보여줬더니 매우 유용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했다”며, “생물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자료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윤영미 기자 young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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