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6.13 18:13
수정 : 2005.06.13 18:13
“방송진행요? 뿌듯함 70% 두려움 30%”
“남과 북을 잇는 우편함이 되고 싶어요.”
지난달 21일부터 <문화방송> 교양 프로그램 ‘!느낌표’의 ‘남북 청소년 알아맞히기 경연’ 꼭지에선 특별한 진행자 한 사람이 개그맨 신동엽씨와 진행을 함께 맡고 있다. 함경북도 청진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지난 2002년 12월 부모와 함께 남녘땅에 정착한 김하늘(20·?5n사진 오른쪽)씨가 그 주인공이다. ‘알아맞히기 경연’은 북녘 땅 각 지역을 대표해 나온 청소년들이 참가해 제작한 퀴즈 프로그램을 북한에서 가져와, 남녘땅 각 지역 청소년 대표들이 나와 풀어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현재 서울의 한 대학에서 사회과학을 전공하고 있는 새내기 대학생인 김씨는 북쪽에 있는 친척들이 마음에 걸려 처음엔 방송 출연을 망설였다고 한다. 하지만 북한의 실생활을 편하게 전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결국 진행을 맡았다. 방송이 처음이라 적응하기 쉽지 않을 텐데도 자연스러운 진행 솜씨를 보이고 있는 그는,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더라”면서도 “방송이 나가자 부모님도 대견스러워 하시고, 친구들도 더 친해지려고 한다”며 웃었다.
그는 “방송 진행을 맡아 보람도 느끼지만, 뿌듯함 70%에 두려움도 30%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말 한 마디를 통해 북쪽의 문화가 청소년층을 포함한 시청자들에게 그대로 전달되기 때문에 그만큼 더 조심스럽다는 것이다. 그래서 김씨는 “대본을 쓸 때도 부모님과 주변에 반드시 상의를 하고 동의를 받는다”고 말했다.
조인성·신화·지오디 등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 얘기를 할 때는 수줍은 듯 얼굴을 붉히기도 하는 김씨는 “멋진 친구들이 많다는 얘기에 통기타 동아리에 가입했다”며 “자본주의라고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니지만, 자유스러운 것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처음 만난 친구들은 그의 억양을 듣고 외국에서 온 것으로 생각하지만, 탈북동포라고는 짐작하지 못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북쪽에서 왔다는 사실을 애써 감추려 하지는 않는다. 김씨는 “북에서 온 친구들이 그 사실을 숨기는 것이 안타까웠다”며 “북에서 온 것이 죄도 아니고, 당당히 얘기하면 배울 길도 더 넓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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