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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와 <니벨룽의 반지>-(2) |
주제음악 관련장면마다 되폴이
조지 루카스가 <스타워즈>를 제작하면서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를 의식하고 있었던 직접적인 증거는 제작 직전 존 윌리엄스와의 대화와 영화음악(OST)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스필버그의 소개로 존 윌리엄스를 만난 루카스는 뜻밖에도 공상과학영화(SF)에 흔히 쓰이던 일렉트로닉 사운드 대신 어쿠스틱한 클래식 음악을 요청했다. 영화 자체가 비현실적인 에스에프물이니 음악이라도 친숙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루카스의 지론이었다.
사실 루카스는 바그너의 음악을 고스란히 차용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그러나 존 윌리엄스는 이를 만류했다. <스타워즈>는 재미를 추구하는 오락용 영화였고, 이런 가벼운 제작물에 클래식 가운데에서도 난해하기로 소문난 바그너의 음악을 사용하다간 자칫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 배경으로 마침내 <스타워즈> 영화음악이 탄생했다. 그리고 이 영화음악 음반은 300만장이 넘는 판매고를 올리며 이전에 그에게 오스카 상을 받게 해 준 <죠스> 주제음악보다도 존 윌리엄스를 더욱 유명하게 만들어 주었다. 언뜻 듣기에 적당히 대중적인 취향을 가진 이 웅장한 영화음악은 그러나 영화음악사상 대중성을 넘어선 중요한 티핑 포인트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즉, 음악이 최초로 스크린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기 시작한 것이다. <스타워즈> 이전에 할리우드에서 영화음악이란 몇몇 중요한 장면에만 흐르며 스크린에 투영되는 이미지를 지원하는 배경음악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스타워즈>에서부터 영화음악은 스토리, 장면 하나하나와 긴밀한 관계를 가지게 되었다.
존 윌리엄스는 바그너가 처음으로 시도했던 ‘라이트모티브’, 즉 유도동기 기법을 영화음악에 사상 최초로 도입했다. 바그너의 음악극 <니벨룽의 반지>에 처음으로 시도되었던 이 기법은 극중 주요 인물이나 사물, 특정한 장면이나 감정마다 테마를 따로 편성하여 관련 장면마다 되풀이하는 것을 의미한다. 6편에 이르는 <스타워즈>의 주제음악이 비슷하게 들리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존 윌리엄스는 시리즈마다 기존의 주제 테마들을 변용하여 사용하고 시리즈에 새로이 등장하는 인물들의 테마만 따로 작곡했다. 이 가운데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인기가 좋았던 라이트모티브는 아무래도 ‘다스베이더 테마’일 것이다. ‘임페리얼 마치’라는 제목의 이 라이트모티브는 <제국의 역습>에 처음 소개되어 최근 개봉된 마지막 <시스의 복수>에까지 꾸준히 사용되었다. ‘다스베이더 테마’는 실상 전체 시리즈상에서 다른 양지의 인물들의 테마보다도 비중이 훨씬 크며 존 윌리엄스가 가장 공을 들인 선율이기도 하다. 이는 시리즈의 마지막을 해피엔딩이 아닌 악의 득세와 사랑의 비극으로 마무리지은 루카스의 반(反)할리우드적인 의지와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다.
물론 이런 설정이 하등 새로울 바는 없다. 세상은 돌고 도는 것.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또한 반지의 저주로 인하여 멸망의 길을 걷는 신들의 비극으로 시리즈를 마무리짓는다. 그 또한 신과 인간세계의 종말을 그린 북유럽 신화 ‘라그나뢰크’를 베낀 것이었다.
노승림 공연 칼럼니스트/성남문화재단 홍보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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