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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의 무대, 감동의 열기 150분 “너만이 내 노래를 날게 할 수 있었는데… 밤의 음악도, 이제는 끝난 것이야….” 크리스틴을 떠나보내고 울먹이던 팬텀이 하얀 마스크만을 남기고 사라지면서 막이 내리자 객석에는 잠깐 전율같은 정적이 흘렀다. 그러나 커튼콜이 펼쳐지기 무섭게 1층부터 4층까지 2300여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마치 파도타기 하듯 기립박수와 앙코르 외침들을 터뜨렸다. 지난 10일 밤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뮤지컬 <팬텀 오브 오페라>의 브로드웨이 오리지널팀의 공연이 올려진 예술의전당 오페라 극장은 2시간30여분 동안 묘한 광기에 휩싸였다. 이날 국내에 첫선을 보인 브로드웨이 오리지널팀의 공연은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활약했던 주역배우들의 수준높은 연기와 가창력, 감미로운 음악, 화려한 무대장치 등으로 세해 전 엘지아트센터에서 공연된 라이선스 버전과 지난해 조엘 슈마허의 영화로도 해갈할 수 없었던 팬텀마니아들의 2% 부족함을 채워주었다. 특히 팬텀 역의 브래드 리틀은 고음과 저음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풍부한 성량, 카리스마와 섬세함을 고루 갖춘 연기력으로 불행한 한 남자의 분노와 슬픔을 매우 인간적으로 살려냈다. “나와 함께 살지 않으면 라울을 죽이겠다”고 미치광이처럼 마구 소리치다가 크리스틴의 기습적인 키스를 받고는 온 몸과 손을 부들부들 떠는 가련한 모습, 크리스틴에게 떠나라고 말한 뒤 오랫동안 품어왔던 “크리스틴 사랑하오”라는 고백을 몰래 내뱉고 흐느끼는 모습 등은 여성관객들의 눈물을 자아내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라울 역의 제로드 칼랜드도 수준급이었으나 연적 팬텀에 맞서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목숨을 건 남성의 캐릭터로는 너무 소극적인 느낌을 주었다. 또한 여주인공 크리스틴 역의 마니 랍은 장기 공연의 후유증과 한국 초연의 긴장감 탓인지 간혹 고음부분에서 힘이 실리지 못했고 음색도 불안정했다. 한편 이날 극 중 극으로 올려진 오페라 <한니발>과 <일무토> <돈주앙> 등 세편의 오페라에 등장한 고풍스런 의상들과 발레장면, 지하 미궁에서 수많은 촛불들이 무대 위로 치솟는 가운데 팬텀이 배를 저어 이동하는 장면 등은 관객들의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특히 오페라하우스를 배경으로 한 작품을 금속장식의 호화로운 프로시니엄 아치로 꾸민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함으로써 관객들이 실제 무대와 극중 무대의 비주얼적인 일체감을 맛볼 수 있었던 것도 한국공연이 주는 묘미였다. (02)542-0530.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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