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밑바닥에서’ 젊은무대서 본 가능성 |
알콜중독으로 이름과 과거를 잃어버린 채 폐인처럼 살아가던 배우가 천천히 술집 탁자 위로 올라간다. 밝은 조명이 그에게 집중된다. 관객들의 소리를 들으려는 듯 두 손을 귀에 갖다 댄다. 맥박이 빨라지고 두 눈에 눈물이 고이면서 그가 노래한다.
“이제 나는 다시 태어 난거야/잃어버린 나를 찾아 왔네/그것은 내 이름 악토르 시베르치코프 쟈볼시스키/여기 나의 무대 위 찬란한 조명은 날 비추고/수 많은 사람들 내 노래 소리에 귀 기울여/나는 노래 하네. 사람들의 가슴속에 불을 지펴/그 고단한 영혼 내 노래로 쉬게 해/사람들은 내 노래를 듣고 끝없는 눈물을 흘리네/극장을 울리는 끝없는 환호성 소리…”
눈이 번쩍 뜨여지는 기분이었다. 객석으로부터도 환호소리와 박수소리가 터져나왔다. 두번째 무대라는 ‘무명의 배우’ 이승현(20·명지대 대학원 성악과)의 가창력은 그만큼 출중했다. 극장쪽은 며칠 전에는 기립박수까지 등장했다고 귀띔했다.
막심 고리키의 원작을 젊은 연출가 왕용범의 각색·연출과 박용전의 작곡으로 소극장 무대에 올린 창작뮤지컬 <밑바닥에서>는 근대 러시아 밑바닥 인생들의 헛된 희망과 좌절을 담았다. 9일 대학로 예술극장 나무와 물에서 공연을 지켜보면서 젊은 창작뮤지컬의 가능성을 읽었다.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