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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료요? 극단사정 뻔한데…
“배우들 생생한 느낌 포착 보람” 그 뒤로 목화의 소개를 받아 조은미무용단의 <탐>, 창무회의 작품 등에 참가하며 본격적으로 연극과 무용공연의 사진작업을 하게 되었다. 당시 그의 눈에 비친 공연 프로그램은 “‘쪼가리 사진’으로 조잡하기 이를 데 없었다”고 한다. 공연계에 이렇다할 만한 전문사진작가가 없었을 뿐더러 가난한 극단들이 사진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홍보사진에 컨셉트 개념을 도입하고, 극장 사진 일색이던 것을 야외사진으로 끌고나간 것도 그가 처음 시도했던 작업들이었다.
“요즘은 디지털 장비가 많이 발달했기 때문에 공연 중에 촬영을 해도 소리가 거의 나지 않아요. 또 공연진행에 방해를 주지 않도록 연극배우들에게 호흡을 맞추면서 사진촬영을 해야 합니다. 그 때문에 공연 전에는 항상 리허설을 지켜보아야 하지요.” 그는 그동안 해마다 꾸준히 30~40여편을 해왔다. 연극에 애착이 들다보니 좋은 작품은 놓치지 않으려고 애쓴다. 올해에는 극단 미추 손진책 연출의 <디 아더 사이더>, 김아라 연출 <덫-햄릿에 대한 명상>, 송선호 연출의 <세상을 편력하는 두 기사 이야기>, 서재형 연출의 <죽도록 달린다> 등을 했다. “연극 사진을 하면서 돈을 벌겠다고 하면 못 버티죠. 사정이 뻔한데 어떻게 가난한 극단에게 작품료를 달라고 할 수가 있어요? 도와준다기보다 같이 작업을 한다는 생각으로 참여하고 있어요. 그 친구들도 배를 곯아가며 연극을 하는데….” 그는 10년이 넘게 작업을 해오면서 연극배우들의 생생한 느낌을 자료로 간직하고 있다는 데 보람을 느끼고 있다. 2000년에 문예극장 대극장 로비에서 극단 목화의 공연작품으로 사진전을 처음 열었다. “연극집단도 멋있고 활기찬 모임이라는 것을 대중들에게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1년 동안 열렸던 ‘연극열전’의 15개 작품에 출연했던 연극배우들의 사진들을 모아 ‘이도희가 본 연극배우’라는 이름으로 사진전을 열기도 했다. 그는 앞으로도 2년에 한번씩은 공연사진전을 열 계획이다. “패션사진계에서는 그런대로 이름이 알려져 있지만, 일반인들은 공연사진 작가를 잘 모르죠. 그렇지만 죽을 때까지 연극사진을 놓을 생각은 없어요.” 가장 좋아하는 연극배우들과 번듯한 사진집 하나를 마련하는 것이 현재 그의 소박한 꿈이다. 글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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